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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닐로스 델 카미노

<산티아고 에세이> Day 15. 내 고향은 어디인가 Day 15. 내 고향은 어디인가 호닐로스 델 카미노(Honillos del Camino) – 카스트로헤리스(Castrojeriz) : 5시간 (20.4Km) 카스트로헤리스로 향하는 길에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가 뜨거운 햇살은 가려줬지만 습기를 가득 안고 왔기에 땀이 억수로 흐른다. 그렇게 얼마나 더 걸었을까? 안개가 걷히니 길옆으로 난 빨간 양귀비꽃들이 길을 밝혀준다.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밀과 보리밭 사이로 작은 새 한 마리가 곡예를 펼치고 있다. 오늘은 또 어떤 소식을 전해주려 이토록 지저귀나, 기대가 된다. 어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 ‘물집’은 쉬었다 걸을 때 가장 큰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젠 휴식마저 신경 쓰인다. 그래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곳이 까미노이기에 이를 악물고 걸어본..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14.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Day 14.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부르고스(Burgos) – 호닐로스 델 카미노(Honillos del Camino) : 5시간 (20Km) 하루 쉬었으니 다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부지런히 걸어간다, ‘따로 또 함께’를 반복하며. 그런데 오늘은 지금껏 괜찮던 양쪽 새끼발가락에 통증이 느껴진다. 걷는 내내 모든 신경이 그곳으로 향한다. 보름 가까이 물집이 잡히지 않았기에 한국부터 챙겨온 소독약과 발가락 양말 등은 이미 버린 지 오래다. 버리자니 앞일을 알 수 없고 챙기자니 짐의 무게가 늘어나는 곳, 매순간 선택이 압축적으로 다가오는 곳이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통증을 일으키는 이놈의 물집. 익숙해질 때까지 신경 쓰일 이 물집은 목에 걸린 가시 같다. 완전히 삼키거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