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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gos

<산티아고 에세이> Day 14.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Day 14.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부르고스(Burgos) – 호닐로스 델 카미노(Honillos del Camino) : 5시간 (20Km) 하루 쉬었으니 다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부지런히 걸어간다, ‘따로 또 함께’를 반복하며. 그런데 오늘은 지금껏 괜찮던 양쪽 새끼발가락에 통증이 느껴진다. 걷는 내내 모든 신경이 그곳으로 향한다. 보름 가까이 물집이 잡히지 않았기에 한국부터 챙겨온 소독약과 발가락 양말 등은 이미 버린 지 오래다. 버리자니 앞일을 알 수 없고 챙기자니 짐의 무게가 늘어나는 곳, 매순간 선택이 압축적으로 다가오는 곳이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통증을 일으키는 이놈의 물집. 익숙해질 때까지 신경 쓰일 이 물집은 목에 걸린 가시 같다. 완전히 삼키거나..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13. 떠남, 만남, 돌아옴 Day 13. 떠남, 만남, 돌아옴 부르고스(Burgos) : 쉼 오늘은 처음으로 내일의 걱정이 없는 날이다. 이 도시에서 하루 더 묵기로 했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순례의 매력 중 하나는 한 마을에서 이틀 묵는 일이 흔치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곳일지라도, 아무리 불편한 것이 있어도 두 번 머무는 것이 쉽지 않은 곳이 바로 이곳 산티아고이다. 어쩔 수 없이 ‘오늘’이라는 시간 밖에 살아낼 수밖에 없는 곳, 잡고 있던 것을 계속해서 놓는 훈련을 하는 곳이 바로 여기 산타아고이다. 순례 중엔 짐을 싸고 푸는 것이 일상이지만 오늘은 일행들과 합의 하에 조금의 여유를 누려본다. 이곳 부르고스(burgos)에서 하루 더 묵기로 결정하고 평소보다 느지막이 눈을 뜬다. 하지만 어제의 무거운 감정이 여전히 내..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12. 슬픔이 주는 침묵 Day 12. 슬픔이 주는 침묵 아헤르(Ager) – 부르고스(Burgos) : 8시간 (23Km) 가장 믿기 힘든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던가?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이 가리산지리산이다. 발목이 아픈 현정이와 그녀의 동행이 되어주는 절친 지혜. 그녀는 현정이를 돌봐주기 위해 개인 스케줄을 조정했다. 그리하여 현재 그녀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마을과 마을을 이동 중이다. 의지는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아 현정이는 너무 속이 상하다. 이곳이 산책하듯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쉽게 떠나지도 못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라도 길 위의 시간을 늘리고 싶은 것이 그녀들의 솔직한 마음이다. 그렇기에 오늘의 순례도 세진, 선영, 나 이렇게 세 사람이 동행이 된다. 서두에도 이야기했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마음의 갈피를 잡..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