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야의 BibleSalon

Salon

실현(재발행)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2024. 11. 24. 13:00
728x90

 

"너무 깊이 온종일 집중해서 생각하다보면 꿈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 혹은, 꿈의 이야기를 현실 속에, 스스로 재연한다. 꿈의 서사에 암시를 받아 삶을 꾸린다. 삶은 꿈의 복사관이 된다. 파스칼은 인생이 약간 덜 변덕스러운 꿈이라고 익살스럽게 말했다." (가브리엘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꿈이 현실이 되는 일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꿈은 사람들이 '되고자 하는' 꿈이 아니라 '자면서 꾸는' 꿈을 말한다. 어떻게 꾼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는가. 이승우 작가는 그러한 가능성이 생각하는 힘에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생각'은 '생각을 위한' 생각이 아니라 '계속 생각나는' 생각을 말한다. 가브리엘 마르케스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의 책 <백 년의 고독>에 이러한 대목이 나온다. "자네는 너무나 군사정권을 미워하고, 그들과 너무 오랫동안 싸움을 하고, 그리고 그들에 대한 생각을 너무 깊이 해 왔기 때문에 결국 자네도 그들 못지않게 나쁜 사람이 되고 말았어" 너무 깊은 생각은 그 생각을 현실로 만든다. 바로 자신에게. 

 

자기 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는 말이 있다. 결과에 대한 예측이 과정에 영향을 끼쳐서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이 실제로 일어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신형철 작가는 그의 책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자크 프레베르의 시 <귀향(Le Retourau Pays)>을 인용하여 이렇게 말한다. "지금 막 고향에 돌아온 탕아가 있다. 슬픔에 잠겨서 자신의 인생이 왜 이렇게 꼬였나를 생각한다. 그러다가 어릴 적 그에게 '너는 단두대에서 끝장을 볼 거야'라고 예언했던 사악한 동네 아저씨를 떠올린다. 그 예언이 자기 삶을 지배해왔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다. 이제 그가 갈 곳이 어디겠는가. '안녕하쇼, 그레지야르 아저씨.' 아저씨의 목을 비틀고 그는 결국 단두대에서 '끝장'을 본다." 

 

어쩌면 이러한 이야기의 근원은 신화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불길한 내용의 신탁을 받은 이가 그 예언을 피하고자 했던 행동이 오히려 예언을 실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대표적으로 그리스로마 신화의 오이디푸스 이야기와 북유럽 신화의 종말인 라그나로크가 있다. 

 

삶은 오묘하고 복잡하지만 한편으론 매우 단순하기도 하다. 원치 않는 꿈이 현실이 되는 일, 피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일으키게 되는 일은 단순한 말 한마디나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

www.youtube.com

 

728x90
728x90

'Sal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한함(재발행)  (0) 2024.11.26
거부(재발행)  (0) 2024.11.25
생각(재발행)  (0) 2024.11.23
타락(재발행)  (0) 2024.11.22
질문(재발행)  (0) 2024.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