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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 에세이> Day 14.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Day 14.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부르고스(Burgos) – 호닐로스 델 카미노(Honillos del Camino) : 5시간 (20Km) 하루 쉬었으니 다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부지런히 걸어간다, ‘따로 또 함께’를 반복하며. 그런데 오늘은 지금껏 괜찮던 양쪽 새끼발가락에 통증이 느껴진다. 걷는 내내 모든 신경이 그곳으로 향한다. 보름 가까이 물집이 잡히지 않았기에 한국부터 챙겨온 소독약과 발가락 양말 등은 이미 버린 지 오래다. 버리자니 앞일을 알 수 없고 챙기자니 짐의 무게가 늘어나는 곳, 매순간 선택이 압축적으로 다가오는 곳이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통증을 일으키는 이놈의 물집. 익숙해질 때까지 신경 쓰일 이 물집은 목에 걸린 가시 같다. 완전히 삼키거나..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왜 산티아고(santiago)로 떠났나? 1. 왜 산티아고로 떠났나? 몇 해 전,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고독의 현장에 떨어졌다. 사실 그곳에서 얻은 첫 번째 질문은 산티아고로 향하게 된 계기의 질문과는 다른 것이었다. 처음의 질문은 이러한 것이었지, 아마. ‘너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가?’ 지나 온 시간을 돌아봤다. 누군가 시켰기에,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라 여겨서 했던 일이 대부분이었다. 스스로 원해서 했던 일에는 무엇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도 그러했거니와 나 또한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했음을 발견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내가 무엇을 할 때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지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았던 걸 알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몸에 밴 습관은 쉽사리 바뀌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