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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하루, 산티아고

<산티아고 에세이> 왜 산티아고(santiago)로 떠났나?

<프롤로그> 1. 왜 산티아고로 떠났나?

 

 

몇 해 전,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고독의 현장에 떨어졌다. 사실 그곳에서 얻은 첫 번째 질문은 산티아고로 향하게 된 계기의 질문과는 다른 것이었다. 처음의 질문은 이러한 것이었지, 아마. ‘너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가?’

 

지나 온 시간을 돌아봤다. 누군가 시켰기에,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라 여겨서 했던 일이 대부분이었다. 스스로 원해서 했던 일에는 무엇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도 그러했거니와 나 또한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했음을 발견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내가 무엇을 할 때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지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았던 걸 알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몸에 밴 습관은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주저 않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지금, 당장 무언가 시작해야했다.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내 삶을 지탱하는 존재의 밑바닥을 더 유심히 살펴봐야했다. 그것이 내가 부여 받은 생명과 내게 주어진 삶을 잘 누리는 방법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고독의 감옥을 나와야했다. 그 첫 번째 시도는 만남의 장을 찾는 것이었는데 책과 사람이 줬던 좋은 영향이 떠올라 독서모임부터 찾게 된 것이다. 사람이 고립의 철창을 깨뜨리기에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 한 게 없는 듯하다. 책을 중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나누며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책이 전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었다. 돌이켜 보건데 신은 내게 들려줄 이야기를 사람과 책 속에도 꼭꼭 숨겨두고 계셨다. 


운이 좋았다, 고 할 수밖에 없다. 아님 은총이었을까. 그런 모임 하나를 발견하게 됐다. [넛지살롱]이 바로 그곳이다. 자신의 이름과 모임에 참석하게 된 계기 외에는 더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은 흥미로운 독서모임에 나가게 된 것이다. 그곳은 함께 고전을 읽으며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의문부호를 붙여보는 모임이었다. 


난 지금껏 문학의 매력을 모르고 살았다. 그렇게 여전히 머리가 굳은 채 두 개의 문학작품과 만났으니 이는 <그리스인 조르바>와 <데미안>이다. 거룩한 책은 ‘성서’ 외에는 없다 여기며 살아왔다. 그래서 더 충격이었다. 문학이 심장을 흔드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머리를 통해 들어온 어떤 정신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신의 음성이 문학을 경유해 내게 온 것이다.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와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와의 만남은 내 안에 고여 있던 질문과 직면하게 했다. 그리고 그들은 거친 파도 앞에 망설이고 있는 나를 향해 거기 가만히 서서 무얼 하고 있냐며 바다를 향해 등을 떠밀었다.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 없다며 말이다. 


나라는 사람은 참 겁 많은 사람이다. 무엇보다 안전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다. 무슨 일이든 계획이 서지 않으면 어디로도 가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다. 물론 완벽한 계획이 어디 있겠냐, 만은 지금껏 그렇게 살았다. 항상 내면의 불안과 두려움을 잠재우고자 애썼다. 그렇게 형성된 날들에 하나의 다짐이 서게 된 것이 바로 죽을 각오를 하고 덤벼들어 보자였다.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은 미지에 대한 불안이고 그렇기에 두려움을 동반한다. 더구나 혼자 떠나는 여행은 더더욱 그러하다. 몇 해 전부터 시도한 국내여행을 시작으로 뭔가 더 큰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목적지를 여기저기 떠올려봤지만 그 어디도 심장이 뛰지 않았다. 휴양지는 더욱 그러했다. 그러다 걷는 걸 좋아하는 뚜벅이의 이점을 살려 ‘걷는 여행’에는 뭐가 있을까 생각하게 됐고, 오래 전부터 묵혀두고 꿈으로만 그려왔던 그 곳, 그 길은 나의 길이 아닐 거라 여겨서 가슴 깊숙이 숨겨만 놓았던 그 곳, 스페인 산티아고(Santiago)까지 가게 된 것이다. 


우연히, 정말 우연한 생각이 그곳에 미쳤다. 하지만 생각이 모아졌다고 해서 두려움이 사라졌던 건 아니다. 마음은 언제든 도망갈 구실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의 변덕을 일러 가리산지리산이라 하지 않았던가. 새로움은 두려움과 동시에 설렘 또한 주는 법이다.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감정이 숙주가 되어 몸 안에서 하나의 기생체가 된 것이다. 종잡을 수 없는 생각을 끊고자 항공권부터 예매하고 순례 장비를 하나씩 구입한다. 그렇게, 그리 특별할 것도 없고, 그리 특별하지도 않은 계기로 산티아고 순례길로 향하게 된다. 


그 길에서 마주한 내면과 외면의 모든 일들을 이 글을 읽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우연이 인연이 되는 곳, 까미노(Camino)의 자리로 당신의 영혼을 초대한다. 


부엔 까미노(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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