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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하루, 산티아고

<산티아고 에세이> 일상의 반복이자 일상의 회복, ‘산티아고’

<프롤로그> 2. 일상의 반복이자 회복, ‘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길은 여러 개다. 그 중에 가장 많은 순례자들이 걷는 길이 바로 프랑스 길(Camino Francés)이다. 나는 고민의 여지없이 프랑스 길을 선택하여 위험과 불안의 강도를 낮춘다. 안정을 추구하려는 마음이 이렇게 초보 순례자 티를 내게 한다. 

 

그리고 그 프랑스 길을 33일 만에 완주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약 800Km가 되는 길을 33일 만에 걷기 위해서는 하루에 20~30Km씩 꾸준히 걸어야 한다. 그런데 필자는 부모님을 따라 가끔 산에 발을 붙이던 사람이다. 그러니까 내가 평소 산을 밟는 일은 연례행사 수준이었다는 말이다. 사전에 철저한 운동 없이 매일 6시간 이상씩 걷는다는 게 가능할까, 모든 것이 미지수였다. 더구나 맨 몸도 아니고 10Kg 이상 무게의 배낭을 메고 걸어야하니 더더욱. ‘미지의 땅’에 ‘미지의 대상’인 나마저 던져야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산티아고 순례를 한다는 게 엄청 특별한 일일까?’ 순례를 완주하고 나면 정말 책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처럼 삶에 있어 다른 선택이 가능해질까? 

 

사실 산티아고 순례는 다양한 변화의 소식이 들려오는 장소가 맞다. 코엘료처럼 순례 이후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한 동안 떨쳐내지 못했던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몸과 마음의 질병이 치유되기도 한다. 때로 허물어진 관계가 회복되기도 하고 말이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는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였던 야고보가 당시 서바나이자 지금의 스페인에 먼저 파송되었고 순교를 당한 이후 그의 유해가 콤포스텔라로 옮겨졌다 하여 유명해졌다. 그리고 현재 그의 유해가 산티아고 대성당에 안치되어 있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하나의 성지가 됐다. 그래서 매년 거룩한 여행을 떠나고자하는 많은 기독교 신자들이 이곳으로 향한다. 

 

그래서일까? 산티아고 순례는 그 길을 걸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하는 장소가 된다. 하지만 특별한 경험이라 함은 또 무엇인가? 파울로 코엘로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의 책 <순례자>의 글귀 하나를 가져와 보자. 

 

“익숙하지 않은 속도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도록 노력하세요. 일상적인 몸짓을 다른 방식으로 행함으로써, 당신 안의 새로운 존재가 깨어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하지만 결정은 결국 당신이 하는 겁니다.”  

 

그의 첫 순례를 돕는 가이드가 했던 말이다. 좀 난해한 말 같지만 나는 이 말을 이렇게 이해해본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는 일상적인 몸짓을 다른 방식으로 행해보는 곳 다시 말해, 이 길을 걸으며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보는 방식을 훈련 받는 곳이라고 말이다. 결국 이 말은 산티아고 대성당에 어떤 금은보화가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분주하게 사느라 놓치고 있던 일상의 보석을 발견하기 위한 어떤 예열작업을 하는 곳이라는 말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순례길에서 특별한 변화가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 반드시 뭔가를 깨닫고 변해야 한다는  것 또한 하나의 짐이 될 수 있음을 모르지 않기에 말이다. 

 

필자는 약 30일간 특별한 장소에서 그리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시간, 또 하나의 하루를 쌓고 왔다. 그렇기에 더더욱 잊지 않으려고 한다. 평범한 하루가 가장 위대한 것임을, 예술의 위대함은 미화가 아니라 평범함에 있음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 두기로 한다.


 

이작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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