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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에세이

<산티아고 에세이> Day 11.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Day 11.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벨로라도(Belorado) – 아헤르(Ager) : 7시간 (28Km) 오늘은 평소보다 더 걸어볼까 한다. 몸이 기억하는 익숙함이 아니기에 걱정도 되지만 그냥 이유 없이 그러고 싶은 날이 있다. 생장에서 나눠 준 지도를 보니 오늘은 높은 언덕도 있는 듯한데, 이기적인 주인 때문에 몸이 고생 좀 하겠구나, 싶다. 그래도 다행인 건, 걷기 시작하니 어제와는 다른 길들이 나타나 걸음에 흥이 묻어난다. 오름직한 언덕과 적당한 평지, 작은 숲길이 적절히 분배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까미노의 일상이 그렇듯 출발은 함께 했어도 곧 따로 걷기 마련인데, 앞서 걷던 나는 산 중턱의 어느 Bar에서 숨을 돌리며 일행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영이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어..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10. 파도 위에서 균형 잡는 삶 Day 10. 파도 위에서 균형 잡는 삶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Santo Domingo de la Calzada) – 벨로라도(Belorado) : 5시간 30분 (23Km) 내게 설렘을 준 그 친구가 마음에 들긴 들었나보다. 종잡을 수 없는 그녀지만 더 같이 걷고 싶었다. 함께 걷고 싶다는 말은 그녀를 알고 싶다는 욕구와 맞닿아 있다. 이 아침, 앎에 대한 나의 욕구가 그녀를 향해 등 떠밀었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용기’와 ‘모험’이 필요하다. 행동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발생시킬 수 없다는 것(용기)과 시도의 결과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모험)는 진리를 기억해야 한다. 생(生)이 주는 충만함을 경험하기 위해 이 두 가지를 마음에 잘 새겨놓으려 한다. 다음 목적지까..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9. 설렌다면 당신도 청춘이다 Day 9. 설렌다면 당신도 청춘이다. 나헤라(Najera) –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Santo Domingo de la Calzada) : 4시간 (21Km) 산보(散步) 정도였다. 난 험산준령(險山峻嶺)을 넘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미 말한 적 있지만 이 순례는 급히 떠나온 순례였다. 배낭과 등산화의 끈 조절도 잘 할 줄 몰랐으니 준비 없이 떠난 순례가 확실하지 않은가. 까미노를 걸은 지 아홉째 날이다. 이제야 배낭을 몸에 밀착되게 메는 법을 터득한다. 그것도 스스로가 아니라 함께 걷던 동료를 통해서다. 배낭이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하나가 되는 느낌! 몸이 훨씬 가뿐해진 느낌이다. 밀착된 배낭의 새로움이 문득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게 했다. 떠나야만 했고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지난 시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