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016. 9. 2. 00:13Essay

 

 

시인 동주. 이종사촌인 송몽규와 윤동주는 아픈 시대를 살았다. 일제강점기.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던 두 사람은 국가가 국가를 억압하고, 사람이 사람을 짓밟는 세상을 바라보며 가슴 아파한다. 그들은 시대의 고민과 갈등, 번민을 받아들이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두 사람은 만 27세의 젊은 나이, 광복을 몇 달 남기지 않은 상황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눈을 감는다. 현재의 연세대인 연희전문학교 문과 재학 시절, 시인 정지용과의 대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동주를 계속해서 따라다니는 것은 '부끄럼'이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과 세상과 타협하고 굴복하는 일 사이에서 오는 끊임없는 내적 갈등. 그의 이러한 마음을 잘 드러내는 것이 <서시>일 것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영화 <동주>의 엔딩을 보는데, 많은 생각이 스친다. 동주와 몽규, 나는 당시 그들이 세상을 떠난 나이가 훌쩍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한점 '부끄럼'을 모르고 살고 있다. 시인 정지용은 고뇌에 사로 잡혀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부끄러운 걸 모르는 놈들이 더 부끄러운 거다"라고 말했다지만,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세상은 변해도 신앙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동주의 말과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문학이 무슨 문학이냐"는 몽규의 말이 귓가에 왕왕거린다. 신앙과 문학. 말과 글. 행위와 믿음. 지나친 감상주의와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 당차고 생기 있는 삶과 글은 어떻게 가능할까. 동주의 벗이었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그곳에선 찾을 수 있을까.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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