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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파 Note

[쓰임 Note] 빛을 맞이하기 위한 어둠

20161225 쓰임교회 주일설교

 

​​빛을 맞이하기 위한 어둠

 

<시편 98편>

 

1. 새 노래로 주님께 찬송하여라. 주님은 기적을 일으키는 분이시다. 그 오른손과 그 거룩하신 팔로 구원을 베푸셨다.

2. 주님께서 베푸신 구원을 알려 주시고, 주님께서 의로우심을 뭇 나라가 보는 앞에서 드러내어 보이셨다.

3. 이스라엘 가문에 베푸신 인자하심과 성실하심을 기억해 주셨기에, 땅 끝에 있는 모든 사람까지도 우리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볼 수 있었다.

4. 온 땅아, 소리 높여 즐거이 주님을 찬양하여라. 함성을 터뜨리며, 즐거운 노래로 찬양하여라.

5. 수금을 뜯으며, 주님을 찬양하여라. 수금과 아우르는 악기들을 타면서, 찬양하여라.

6. 왕이신 주님 앞에서 나팔과 뿔나팔 소리로 환호하여라.

7. 바다와 거기에 가득 찬 것들과 세계와 거기에 살고 있는 것들도 뇌성 치듯 큰소리로 환호하여라.

8. 강들도 손뼉을 치고, 산들도 함께 큰소리로 환호성을 올려라.

9. 주님께서 오신다. 그가 땅을 심판하러 오시니, 주님 앞에 환호성을 올려라. 그가 정의로 세상을 심판하시며, 뭇 백성을 공정하게 다스리실 것이다.

 

 

성탄의 의미

 

빛으로 오신 주님의 사랑이 여러분들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오늘은 성탄절입니다. 지난주까지 교회를 밝혔던 네 개의 촛불이 오늘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땅위의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 모두는 그분의 탄생과 그분의 삶에 집중합니다. 그분의 탄생을 기억하며 우리의 삶을 그분 앞에 조율합니다. 이것이 성탄을 맞은 우리에게 주어진 의미일 것입니다. 

 

성탄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바라는가? 

 

오늘 본문말씀은 시편 98편입니다. 오늘 본문의 시인은 주님의 오심을 기쁨으로 찬양하고 있습니다. 기다렸던 임이 오듯 설렘과 흥분으로 주님 오심을 기뻐합니다. 물론 시편이 쓰일 당시는 예수 그리스도는 아직 오직 않았을 때입니다. 이때의 ‘주님’은 물론 하나님을 가리키지만 새로운 시대를 열 대상을 비유적으로 가리킨다고 볼 수도 있기에 지금의 우리에게는 예수 그리스도를 충분히 떠올릴 수 있게 합니다. 그의 탄생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맞이했고 또 살아 냈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의 태어남, 그의 탄생은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요? 9절을 보면 시편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 오신다. 그가 땅을 심판하러 오시니, 주님 앞에 환호성을 올려라. 그가 정의로 세상을 심판하시며, 뭇 백성을 공정하게 다스리실 것이다(9).” 이 대목을 보며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시인이 살던 당시의 상황은 정의와 공의가 무너진 세상이었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바람이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저희도 시인과 같은 처지에 있었으면 여지없이 이런 바람을 가졌을 것입니다. 지금 이곳에 계신 여러분들은 주님의 오심을 통해 무엇이 이루어지길 바라십니까? 이를 통해 하나님 앞에 나의 상황과 마음의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둠의 시간이 주는 밝음이라는 선물

 

여러분께서는 ‘탄생’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어린 아이의 탄생은 생명에 대한 신비와 오묘함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위대한 예술의 탄생은 사람이 가진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런데 새로운 존재의 태어남 혹은 새로운 깨달음, 평범한 일상을 새롭게 보게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떤 과정을 겪게 될까요? 겪어야만 할까요? 다시 말해 깨달음을 맞이하기 전에 우리는 어떤 시간들을 보내게 될까요? 새로움은 가만히 있다 보면 느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일까요? 

 

저는 ‘밝음의 시간’을 맞이하기 전에 ‘어둠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이 지닌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밝음과 어둠에 관한 개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들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어둠’은 외부로 돌리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게 하는 일련의 사건과 감정 등을 말하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오시기 전 당시 유대사회는 어떠했습니까. 억압과 착취로 인해 유대백성 모두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의 시편 저자도 온 만물과 함께 주님 오심을 기뻐 찬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당시의 삶이 힘겨웠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고통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오늘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합니다. 읽어 드리겠습니다. “​신의 탄생을 앞으로 다가올 시간 속에 위치시켜 놓고서 당신의 인생을 위대한 잉태의 역사 속의 고통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하루처럼 살고자 하는 당신의 뜻을 막는 것은 그 무엇입니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을 그 하나하나마다 새로운 시작이며 시작 자체는 늘 아름다운 것이기에 그 하나하나가 신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당신은 왜 알지 못하나요?”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61 

 

조금 불경스러워 보일 수 있는 말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릴케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건넵니다. 신의 탄생 즉, 무언가 새로운 것이 탄생하려면 고통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하루가 쌓여야 한다고 말입니다. 새로운 것의 잉태는 고통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현재를 살아낼 때 맞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둠이 짙을수록 더 길을 잃은 것 같지만 그만큼 더 빛이신 주님을 느낄 수 있는 시간도 없습니다. 

 

어둠을 뚫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

 

사랑하는 쓰임교회 공동체 여러분, 요즘 어떻게들 지내십니까? 외면과 내면을 어둡게 하는 일들이 많으십니까? 우리의 외면은 민주주의가 무너진 사회 때문에 어둡고, 내면은 내밀한 마음의 상처와 답답함 때문에 어두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시간의 축적이 곧 빛이신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시간들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힘겨울 수 있습니다. 분노할 수도 있습니다. 

 

뭐든 좋습니다. 다만,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십시오. 임마누엘의 하나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 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기 때문입니다. 거룩한 탄생이 실현된 오늘, 어둠을 이기신 주님을 기뻐 찬양하는 우리 모두가 되길 바랍니다.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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