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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초

[에세이] 낭만적 사랑을 내려놓고 어제가 화이트 데이였던가? 무슨 무슨 데이를 잊고 지낸지 오래다. 저녁 책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중 은행 부스 안에 한 남자가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예쁜 꽃 화분을 옆에 두고 양손에 편지지가 들려 있는 그는 깊은 좌절감에 빠져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과거의 일이 떠올라 그랬는지 몰라도 그에게 닥친 일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적어도 그에게 있어 오늘 화이트 데이는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당신의 애인과 백색의 관계로 돌아간 날로 기억될 것이다. 사랑 참 어렵다. 그렇다고 안 할 수 없는 게 또 사랑 아닌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세상은 이렇게 우리를 부추긴다. "어떻게 사랑하고 사랑받을지 아는 사람이 된다는 건 타고나는 것이지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 더보기
[에세이] 사랑을 위한 노력 알랭 드 보통의 서문에 보면 이런 글귀가 있다. "우리는 사랑도 믿고 일도 믿지만 사랑을 위한 일의 가치는 믿지 않는다." 에리히 프롬에 이어 알랭 드 보통도 누군가를 잘 사랑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연 사랑을 공부의 영역으로 볼 수 있을까? 사랑은 누구나 당연하게 잘 해낼 수 있는 것들 중 하나로 여기면 되지 않는가? 알랭 드 보통은 18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사랑하는 일'과 '가족을 이루는 일'은 별개의 것이었다고 말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불온한 말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이어서 말한다. 기술과 상업의 발달로 경제 규모가 급속도로 팽창하는 가운데 삶의 균형을 이루고자 했던 부르주아에 의해 지금의 결혼 제도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아! 그의 논지를 그저 지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