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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낭만적 사랑을 내려놓고

 

어제가 화이트 데이였던가? 무슨 무슨 데이를 잊고 지낸지 오래다. 저녁 책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중 은행 부스 안에 한 남자가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예쁜 꽃 화분을 옆에 두고 양손에 편지지가 들려 있는 그는 깊은 좌절감에 빠져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과거의 일이 떠올라 그랬는지 몰라도 그에게 닥친 일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적어도 그에게 있어 오늘 화이트 데이는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당신의 애인과 백색의 관계로 돌아간 날로 기억될 것이다.

 

사랑 참 어렵다. 그렇다고 안 할 수 없는 게 또 사랑 아닌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세상은 이렇게 우리를 부추긴다. "어떻게 사랑하고 사랑받을지 아는 사람이 된다는 건 타고나는 것이지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사람들은 "현실에 있는 나와 매우 맞지 않는 인간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내기보단, '알맞은' 사람을 찾아내는 것을 관계 맺기의 결정적 관건으로 파악"한다. 알랭 드 보통의 말을 빌려본다.

 

그럼 무엇으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무엇으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낭만적 사랑의 방식을 조금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방금 언급한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이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면 좋을 듯 하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말이다. 뜨거운 밀월의 시간이 지나고 찾아올 이 당혹의 시간에 조금이라도 덜 당황하기 위해서 그리고 상대를 덜 책망하기 위해서라도 인간은 서로의 요구에 완벽히 부응할 수 없다는 진실을 받아들이고 생동감 있는 희생을 동반해야 할 것이다.

 

부모는 우리를 사랑하기 위해 무엇을 희생 했는지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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