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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우연의 일치

[Lumix gx9 / 14mm]


중학교 때로 기억한다. MP3가 활성화 되지 않았던 그 시절, 내 삶의 좋은 동반자는 라디오였다. 그 시절의 나는 좋아하는 가수들의 모든 노래 테이프를 살 형편이 아니었기에 라디오 방송에서 나오는 애청곡의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아 녹음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은 그렇게라도 매순간 집중하며 살았다.

잠들기 전, 라디오 DJ의 마지막 신청곡 소개 멘트인 "마지막으로 들려 드릴 노래는~"이란 말을 따라하며 그 뒤에 내가 듣고 싶은 노래 가수와 제목을 혼잣말로 되뇌이곤 했다. 당시 얼굴 없는 가수였던 이수영의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는 그녀의 1집 타이틀 곡인 'ibelieve'를 주구장창 DJ멘트 뒤에 덧붙이곤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의 노래를 공테이프에 녹음 시키고자 애쓰기를 수 일. 드디어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수영이라는 이름과 ibelieve라는 제목을 부른 나의 멘트와 라디오 DJ 멘트가 정확히 일치하던 순간, 난 너무 놀라 잠자던 누나를 깨워버린 적이 있다.

20년 가까이 지난 오늘, 버스 안에서 그날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일이 있었다. 고된 몸을 이끌고 할머니가 계신 병실에 문안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노곤한 몸을 위로하기 위해 휴대폰 속 음악을 랜덤으로 틀었다. 마침 나오는 곡은 김광석의 '너에게'. 가사에 얽힌 특별한 사연은 없지만, 노래 자체에 사연이 담긴 곡이었지, 아마. 버스에서 내릴 때가 되어 이어폰을 빼고 하차할 문에 서 있는데, 버스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내 이어폰에서 멈춘 부분부터 흘러 나오고 있었다. 마치 릴레이처럼. 너무 놀랐지만 누나를 대체할 내 간증의 청자는 없었다.

아주 오랜만에 찾아 온 이 소소한 우연의 일치로 그의 노래 가사 일부를 떠올려본다. 

 

 

이작가야

문학과 여행 그리고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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