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목사, 참 사람이 되고 싶다

2017. 1. 5. 18:34Essay


목사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증명될까. 갑자기 생각이 거기에 머물렀다. 현재 몸 담고 있는 교단의 정년 은퇴는 70세이다. 은퇴한 목사라. 70세가 되어 은퇴를 하고 나면 그 때부턴 목사가 아니란 말일까. 그 때부턴 무엇으로 존재가 증명될까. 궁금해졌다.

몇 년 동안, 교회 안과 밖의 경계선을 걷고 있어 그런지 목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따라 다닌다. 잠시 생각해 본다. 무엇이 먼저일까. 목사로의 '나'가 먼저일까, '나'로서의 목사가 먼저일까. 아님 이런 생각 자체가 조삼모사일 뿐인걸까.

나름 가깝게 지내는 목사님들 가운데 참 좋아하는 40대, 50대, 60대 목사님들이 계신다. 그분들은 적어도 후배의 질문에 뻔한 답을 내려주시지 않는다. 오히려 몇 가지의 질문 거리를 더 안겨주신다. 그분들의 젊은 시절을 상상해 본다. 그분들은 사회에서나 교단 내에서 아니 교계 내에서 불온한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청년시절 그분들은 고독을 친구 삼으며 기존의 굳어버린 바벨탑에 균열을 내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많은 질문과 방황을 곁에 뒀던 그 선배들은 그럼에도 여전히 그것들을 안고 계신다. 삶 자체가 지닌 보물이 그러한 것임을 알았기에 불안을 친구 삼아 살아가고 계신다.

예수는 스스로를 누구라 생각하며 살았을까. 복음서의 저자들은 그의 입을 빌려 예수의 존재를 증명해 내고 있지만 대부분이 비유였다. 그럼 예수는 본인을 예언자, 기름부은 받은 자, 구원자,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틀 안에서 인생을 구성해 갔을까. 아니면 누구보다 참 사람의 길을 찾고 또 살아내고자 했기에 그 길 가운데서 틈틈히 내린 본인의 정의가 저러한 것이었을까.

참사람이 되고 싶다. 마치 기간제처럼 목사 행세를 하는 것보다 그저 참사람의 길을 걷고 싶다. 그렇게 살고 싶다. 불안하고 두렵고 때론 불온의 찌지가 붙겠지만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 하는 것, 그것을 살아내보고 싶다. 쓸쓸한 여정이 되겠지만 그래도 그 길 위에서 만날 벗들이 또 있지 않겠는가.

#. 길 위에서 만난 벗 한 사람, 요조. 책 위의 한 문장으로 서로의 '무사'를 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BibleSalon)

안녕하세요.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다양한 감수성과 인문학 관점을 통해 말씀을 묵상합니다. 신앙이라는 순례길에 좋은 벗이 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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