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는 의미

2016. 12. 27. 23:52Essay



"기상과 노동 사이에 여유 시간이 10분밖에 없다면, 나는 그 시간을 다른 데 쓰고 싶다. 나 자신 속으로 침잠하여 결산을 하거나, 이것이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늘이나 바라보고 싶다." 


_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돌베개, p53


아우슈비츠 수용소 가운데 한 곳으로 끌려간 이탈리아인 프리모 레비. 그는 매일 반복되는 지독하게 비인간적인 삶을 살던 중 10분의 시간을 발견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한다. 자신의 살아 있음, 생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한 인간의 일탈. 그는 10분의 시간 동안 다른 이들처럼 정신없이 씻고 옷깃을 여미는 대신 자신의 내면 속으로 침잠하거나 차라리 오늘이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늘을 바라보겠노라 말한다. 삶과 죽음의 문턱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쩌면 이 짧은 한 줄기의 시간이 나 또한 한 명의 소중한 사람이었음을 잊지 않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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