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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Lumix gx9 / 14mm]

책을 읽다가 어떤 문장이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만 같아 읽던 책을 무릎에 덮어두고 먼 산을 바라본다. 책을 잘 읽었다는 판단에는 여러 기준이 있을 테지만, 한 작가는 그 기준 중 하나가 한두 줄의 문장이 꼭 본인을 두고 하는 말인 것만 같아 더 이상 책장을 넘길 수 없는 순간이라는 말을 기억한다. 샘솟는 뜨거움과 마주한 나는 그저 먼 산을 바라보거나 한 줌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낄 뿐이다. 그 순간 나는 살아있는 하나의 불꽃이 된다.

 

아주 오래된 친구와 다시 만났다. 헤르만 헤세, 그는 다수의 책을 남긴 채 오래 전 떠났지만 여전히 지금의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그는 <데미안>을 통해 한 호흡으로 두 가지의 음성을 전한다. 그 중 하나는 우리 안에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너의 인생을 결정하는, 네 안에 있는 것은 그걸 벌써 알고 있어.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116).”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을 살아내야 한다고 전한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p.129)?”

 

헤세는 이 두 가지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 밝음과 어둠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이 칭찬하는 성공하는 삶, 안정적인 삶의 세계는 지나치게 밝은 세상이다. 많은 돈, 고학력, 안정적인 결혼, 유능한 자녀, 대기업의 직장, 품위 있는 자동차, 화려하고 규모 있는 집 등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고귀한 가치로 포장되어 있는 이 밝음은 결코 진정한 밝음이 아니다. 우리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이 틀 안에서 그들이 제시하는 삶의 방식에 최면이 걸려 모두 한 길로 걸어간다. 그 넓은 길로 편입하기 위해 현재의 삶을 유보한다. 사실 그 길이 정말 좁은 길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나의 길을 찾는 것, 왜 그것이 이토록 어려웠을까? 성공의 대로를 걷는 이들보다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은 이들이 훨씬 복 있는 삶이리라. 어둠을 경험하지 않는 이들의 밝음은 진정한 밝음이 아니다. 어둠을 경유하지 않은 밝음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사회가 만들어 낸 밝음과 어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자신만의 기준이 생길 때 우리는 진짜 행복한 나만의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기준을 찾기까지 꽤나 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속 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진정한 즐거움은 밭에 감춰진 보화처럼 우리의 내면에서 잠잠히 기다리고 있다.


*instagram: http://www.instagram.com/ss_im_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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