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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청춘

청춘의 한 문장을 남겨볼까 한다, 조금은 서글프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소설가 김연수씨는 <청춘의 문장들>에서 '청춘'을 일러 이렇게 표현했다. 

"인생의 정거장 같은 나이. 늘 누군가를 새로 만나고 또 떠나보내는 데 익숙해져야만 하는 나이. 옛 가족은 떠났으나 새 가족은 이루지 못한 나이. 그 누구와도 가족처럼 지낼 수 있으나 다음 날이면 남남처럼 헤어질 수 있는 나이. 그래서인지 우리는 금방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친해질 수 있었다."

몇 해 전, 청년들을 대표한 기도 자리에서 이 글귀에 마음을 담아 기도했던 기억이 난다. 12월이 지닌 양면성 때문이었을까, 성탄의 절기에 이 글귀의 부활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12월은 정신을 집중하며 지내려고 무지 애쓰는 아주 골치 아픈 달이다. 12월의 생일과 크리스마스, 그리고 31일. 이 세 날에 과도하거나 혹은 왜곡된 의미 부여로 지나친 외로움에 직면하기 싫기 때문이었을까. 옛 가족은 떠나 보냈지만 새 가족을 맞이하지 못한 나와 같은 어중간한 계층의 청춘들은 어떤 마음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리라.

얼마 전 지인 한 분이 생일이나 연말에는 고독을 자처하지 말고 사람들과 모임을 만들어 즐거이 보내라고 말해줬다. 그 한 마디에 감춰져 있던 두 가지 마음이 불쑥 솟아 올랐다. 한 가지는 누군가 그런 모임을 만들어 초대해 줬으면 하는 마음 하나와 다른 한 가지는 외로움을 달래고자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기보다 소중한 소수의 사람들과 따스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바로 그것이었다.

12월은 성탄만 생각하며 기뻐하기엔 조금은 가혹한 달이다. 청춘은 늘 누군가를 만나고 떠나보내는데 익숙해져야만 하는 나이라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아직 어린 아이의 모습인건지 아님 이미 늙어버린 건지.

김연수는 책 말미에 이런 이야기를 덧붙인다. "청춘은 그런 것이었다.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가는 그 빛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떠나버렸다." 청춘은 느닷없이 사라질 그 빛을 위해 오늘을 살아내라는 은총의 압축적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신이 살아 있음과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수많은 청춘은 오늘도 그렇게 광장의 불을 밝히나보다.

 

 

이작가야

문학과 여행 그리고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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