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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

[쓰임 Note] 기도하고 깨어 있어라 20181202 쓰임교회 주일설교 기도하고 깨어 있어라 25. "그리고 해와 달과 별들에서 징조들이 나타나고, 땅에서는 민족들이 바다와 파도의 성난 소리 때문에 어쩔 줄을 몰라서 괴로워할 것이다. 26.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올 일들을 예상하고, 무서워서 기절할 것이다.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27. 그 때에 사람들은 인자가 큰 권능과 영광을 띠고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 28. 이런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일어서서 너희의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구원이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29. 예수께서 그들에게 비유를 하나 말씀하셨다. "무화과나무와 모든 나무를 보아라. 30. 잎이 돋으면, 너희는 스스로 보고서, 여름이 벌써 가까이 온 줄을 안다. 31. 이와 같이 너희도 이..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새로운 모험이자 새로운 경험, '산티아고' 2. 새로운 모험이자 새로운 경험, ‘산티아고’ 우연이었을까 서서히 다가오는 필연이었을까? 아르주아(Arzua)에서 만난 캐나다 순례자 제이미와의 만남이 나를 새로운 곳으로 이끌었다. 만일 내 안에 있던 것들이 솟아 나오려는 것이었다면 그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순례가 끝난 자리에서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다. 콤포스텔라를 눈앞에 둔 그 시점에 갑자기 고민이 쏟아졌다. 마음의 불안을 낮추고 내적 평화를 누리고자 이곳에 왔는데, 이상하리만큼 목적지에 다가가면 갈수록 혼란은 가중되었다. 이 무슨 하늘의 장난이란 말인가. 차분히 마음을 들여다보니 나의 마음은 또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산티아고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었다. 이대로 돌아가면 안 될 것 같았다. 항공권을 연장해서라도 ..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왜 산티아고에서 돌아왔나? 1. 왜 산티아고에서 돌아왔나? 프롤로그에서의 첫 질문은 “왜 산티아고로 떠났나?”였다. 그래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의미로 “왜 산티아고에서 돌아왔나?”라는 질문에 답하며 서른세 개의 에세이를 마무리하려 한다. 그런데 막상 질문을 적고 보니 답은 너무도 간단했다. 왜 돌아왔냐고? 왕복 티켓을 끊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답하고 끝낼 수는 없는 법, 방금의 질문에 무게를 실어 볼까 한다. 일상에서 떠나,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는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순례 에세이 중 몇 번 인용하기도 했지만, 신영복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볼까 한다. 그는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라며, 궁극적 목표는 여행의 마음으로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은 떠나고 만나고 돌아오..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33. 모든 순간에 살아있었음을 Day 33. 모든 순간에 살아 있었음을 아르주아(Arzua)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 7시간30분 (37.3km) 오늘이 마지막 순례이다. 생-장-피에-드-포르(St-Jean-Pied-de-Port)에서 시작된 여정이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Santiago-de-Compostela)를 맞아 끝을 맺는다. 30일이 넘는 시간 동안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바로 오늘, 그 길었던 800Km의 여정이 마무리된다. 지금껏 살아오며 내가 이 길을 걷게 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고 또 이 길을 시작할 때만 해도 완주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이곳에 있고 이 길의 마지막 현장에 서 있다. 순례길을 걷는 동안 여러 영혼과 만났다. 그들은 평소 일상에서 ..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31. 고요함이 필요합니다 Day 31. 고요함이 필요합니다. 페레이로스(Ferreiros) –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 : 7시간 30분 (32.9Km) 어느새 비가 그쳤다. 비가 멈춰준 만큼 다시 힘을 내보기로 한다. 하지만 안개가 자욱한 아침, 높은 습도로 인해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땀이 흥건하다. 그래도 비로 젖지 않음에 감사하며 힘차게 한 걸음 내딛어본다. 오늘 머물 목적지인 ‘팔라스 델 레이(Palas de Rei)’ 중간쯤 되는 어느 마을 Bar에 들러 허기를 달래기로 한다. 한적한 길 위에 딱 하나 있는 Bar여서 그런지 그동안 오가며 스친 순례자들이 모두 이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과 잠깐의 인사와 담소를 나눈 뒤, 서로 다른 보폭과 목적지로 인해 다시 헤어짐을 갖는다. 여전히 이곳에선 ..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30. 여기 없는 이는 소용없다 Day 30. 여기 없는 이는 소용없다. 트리아카스텔라(Triacastela) – 페레이로스(Ferreiros) : 7시간30분 (29Km) 까미노는 미팅의 천국이다. 물론 남녀가 비슷한 의도를 가지고 만나게 되는 그런 즉석 만남의 미팅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다양한 만남(meeting)의 축제, 이것이 ‘길’이라는 뜻의 ‘까미노(Camino)’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이다. 이 길을 걸은 지 열흘 쯤 됐을 때였나? 땅만 보며 부지런히 걷고 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바로 앞에 동양인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걷고 있는 게 보였다. 일본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던 그녀는 경상도 사투리가 매력적인 부산 아가씨 은경이었다. 처음 만났을 당시 우리는 아주 잠깐 함께 걸으며 가볍게 인사를 나눈 정도였다. 그 ..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29. 지나간 모든 시간이 기적이었음을 Day 29. 지나간 모든 시간이 기적이었음을 베가 데 발카르세(Vega de Valcarce) – 트리아카스텔라(Triacastela) : 8시간 (32.6Km) 동트기 전 일어나 출발을 서두른다. 그리고 오늘은 일찍이 과일과 빵으로 배를 채워두기로 한다.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걷는 양을 줄이기로 한 정아는 느지막이 출발하기로 한다. 막 일어난 그녀와 기약 없는 만남을 뒤로한 채, 먼저 문을 나선다. 어제 일(Day.28)의 여파 때문인지 그녀와 함께 머물던 이층침대 사이에 어색한 기운이 감돈다. 감정이란 사람 몸에 오래 머무는 기운인가보다. 생장에서 받은 지도에 의하면, 오늘 높은 언덕을 오르게 된다. 크게 심호흡 한번하고 각오를 다지며 한발 한발 내딛어 본다. 드디어 가파른 산맥의 등장..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19. 솔직하게 표현하는 용기 Day 19. 솔직하게 표현하는 용기 테라딜로스 데 로스 템플라리오스(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카미노(Bercianos del Real Camino) : 6시간 (23.8Km) 오늘은 동생들과 떨어져 오롯이 혼자이다. 매 끼니와 휴식, 잠드는 순간까지 내가 유일한 나의 벗이 된다. 여행 노선은 각자의 여행 계획과 피로 누적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함께 걷던 나의 동행들은 레온(Leon)으로 미리 건너가 휴식을 취하고 있을 예정이다. 며칠 뒤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지던 오늘 아침, 곤히 자던 동생들이 인기척에 일어나 잘 걷고 있으라며, 곧 다시 만나자며 응원을 건넨다. 잠깐 헤어지는 것이지만 허전함은 숨길 수 없다. 여행에서의 만남은 그 깊이가 ..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18. 단순함 속에 담긴 즐거움 Day 18. 단순함 속에 담긴 즐거움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Carrión de los Condes) – 테라딜로스 데 로스 템플라리오스(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 6시간30분 (26.6Km) 산티아고 순례가 주는 매력 중 하나는 ‘단순함’이다. 많은 사람이 입을 모으길, 순례를 하다 보면 내면의 혼란들이 잠잠해지고 차분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에겐 적용되지 않는가 보다.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질문에 까미노에서 얻은 갖가지 경험까지 더해져 혼란은 가중이다. 하지만 이전의 나의 모습과 달랐던 한 가지는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났다. 혼란이라는 것이 그것을 경험한 자의 ‘유쾌함’만은 뺏어 가지 못했다. 어디를 가든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만큼은 달..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17. 길을 잃는 것도 길을 찾는 과정임을 Day 17. 길을 잃는 것도 길을 찾는 과정임을 프로미스타(Frómista) –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Carrión de los Condes) : 5시간 (20.9Km) 일행 중 가장 늦은 출발을 한다. 며칠 전부터 생긴 마음의 질병이 이 몸뚱이를 계속 바닥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마음의 독감이 우울이라면, 시기와 질투는 마음에 쌓인 피로일까 아니면 어떤 결핍일까? 적당한 비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묵직한 마음의 피로감이 오늘 출발에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어깨도 여전히 말썽이다. 무거운 배낭을 메며 나름 역할을 다하고 있는데, 주인이 돌봐주지 않자 많이 서운한 모양이다. 사지(四肢) 사이에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통증을 통해 알려준다. 끈이 문제인가 해서 배낭의 끈을 이리저리 조절해봐도 나아지질 않는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