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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버릴 경험은 없다

 

먼 길을 돌아 다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초등학교 5학년. 지금처럼 약간의 열정과 약간의 비실거림으로 살던 그때. 축구를 좋아했고 운동 신경이 나쁘지 않았기에 동해시 시골 축구팀 중 한 곳에서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다

연습 경기가 있던 날. 윙백인지 미들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 포지션에 위치해 있었고, 나에게 온 볼을 크게 돌린다고 최종 수비수에게 패스를 했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상대 공격수가 백패스를 가로챘고 쏜살같이 달리더니 우리 팀 골문의 그물을 흔들었다

불곰 같았던 코치님이 나를 부르더니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내 뺨을 후려쳤다. 갈겼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해 보인다. 순간 정신이 멍했고 아픔보다는 두려움과 창피함이 몰려왔다. 어떤 반항도 하지 못하고 다시 운동장에 투입되었는데, 바로 정신이 돌아올 리 없었기에 우리 팀 골대가 어딘지 구분할 수 없었고, 다시 한번 어이없는 백패스로 우리 팀의 위기를 초래했다

그때의 경험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의 경험이 내게 영향을 줬는지 또 주었다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 이야기는 25년이 지나 다시 내 입을 통해 이야기가 되었다. 그때 난 무슨 일을 겪었고 그 일은 내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의미가 있기는 했었는지. 아무 의미가 없었다면 의미는 내가 부여할 때만 생동감을 갖는 것인지

경험. 모든 경험은 돌아오고 다시 돌아왔다.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겪게 되는 일이 있다. 때론 겪어야만 하는 경험도 있는 것 같다. 겪지 않으면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는 그런 경험도 있다. 그래서 이젠 자발적 걸음으로 특정한 경험 속으로 들어가 보기도 한다

의미 없고 무가치한 경험은 없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좋은 경험, 나쁜 경험의 경계도 없어 보인다. 좋다고 하는 것은 어디로 이끌며, 나쁘다고 하는 것은 또 어디로 이끄는가

모든 경험은 돌고 돌아 다시 이야기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운이 좋고 용기만 있다면 ‘함께, 아니면 스스로’에게라도 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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