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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파 Note

[쓰임 Note] 세상에 속하지 않은 세상

20151122 쓰임교회 주일설교

 

세상에 속하지 않은 세상

 

<요한복음 18장 33-37절>

 

33. 빌라도가 다시 관저 안으로 들어가, 예수를 불러내서 물었다. "당신이 유대 사람들의 왕이오?"

34.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당신이 하는 그 말은 당신의 생각에서 나온 말이오? 그렇지 않으면, 나에 관하여 다른 사람들이 말하여 준 것이오?"

35. 빌라도가 말하였다. "내가 유대 사람이란 말이오? 당신의 동족과 대제사장들이 당신을 나에게 넘겨주었소. 당신은 무슨 일을 하였소?"

36.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오. 나의 나라가 세상에 속한 것이라면, 나의 부하들이 싸워서, 나를 유대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오. 그러나 사실로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오."

37. 빌라도가 예수께 물었다. "그러면 당신은 왕이오?"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당신이 말한 대로 나는 왕이오. 나는 진리를 증언하기 위하여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기 위하여 세상에 왔소.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가 하는 말을 듣소."

 

 

보여 지는 것과 들려지는 것 너머서

 

쓰임교회 오신 여러분들을 주님의 이름으로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사람에게 있어 보여 지는 것과 들려지는 것은 중요합니다. 바로 눈과 귀의 감각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놈의 눈과 귀를 무조건 신뢰할 수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눈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경우가 많고 귀는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말에 얼마나 동의하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눈은 사람 몸의 중요한 감각기관으로 수많은 정보와 자료를 제공해 줍니다. 하지만 눈은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한다거나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만 믿고 일상을 구성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다는 것은 안다는 것과 관련이 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대화를 많이 나눈다고는 하지만 정말 대화다운 대화는 얼마나 나누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상대방의 겉 이야기만 듣거나 일부분만을 듣는 경향이 있습니다. 프랑스 떼제(Taize) 공동체에 계신 신한열 수사님은 이를 두고 ‘선택적 들음’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자꾸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고 합니다. 대화가 서로간의 소통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일상에서 진정한 대화를 몇 번이나 하는지 생각해 봐야할 것입니다. 

 

제가 서두에 이야기한 이 ‘눈’과 ‘귀’를 통해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보여 지는 것과 들려지는 것들에 쉽게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눈과 귀를 닫고 살자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보는 법과 제대로 듣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내리는 판단은 매우 중요하지만 또 너무 신뢰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자신의 판단입니다. 

 

이 지점이 오늘 성경본문에서 예수가 말한 ‘나의 나라’ 즉 ‘하나님의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는 맥락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이는 것과 들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것들입니다. 

 

요한복음에 관하여

 

오늘 본문은 요한복음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요한복음은 다른 세 개의 복음서인 공관복음서와 차이를 보입니다. 몇 가지의 차이점들을 나열할 수 있는데 예수의 생애와 활동무대의 차이, 예수가 죽은 날 기록의 차이, 성전정화 사건의 위치, 세례 요한에 대한 견해 등이 있습니다. 

 

모든 책이 그러하듯이 성경도 쓰여 진 배경과 상황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요한복음이 쓰여 진 배경을 안다면 공관복음서와 요한복음의 차이를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당시 사람들이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과 그가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러 왔다는 사실을 거부하거나 부정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요한복음 안에는 여러 논쟁이 나타나는데, 먼저 세례 요한을 구주로 보려는 사람들과의 논쟁, 예수를 믿지 않는 유대인들과의 논쟁, 교회 안에 있는 거짓 교사들과의 논쟁이 그것입니다. (조경철, 『신약성서가 한 눈에 보인다』, p148-154)

 

그렇다보니 요한복음이 신약성서 가운데 가장 배타적이고 절대적인 주장을 하는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요한복음은 예수에게만 구원이 있다는 것이 그 중심입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오

 

이러한 배경 가운데 오늘 본문은 예수와 빌라도가 주고받는 이야기의 한 장면입니다. 빌라도가 잡혀온 예수에게 먼저 묻습니다. “당신이 유대 사람들의 왕이오?” 그러자 예수는 “당신이 하는 그 말은 당신의 생각에서 나온 말이오? 그렇지 않으면, 나에 관하여 다른 사람들이 말하여 준 것이오?”라고 다시 묻습니다. 로마의 총독이었던 빌라도는 “내가 유대 사람이란 말이오? 당신의 동족과 대제사장들이 당신을 나에게 넘겨주었소. 당신은 무슨 일을 하였소?”라며 예수의 질문은 회피한 채 자신의 물음을 다시 던집니다. 

 

그 때 예수께서 ‘내 나라’ 즉, ‘자신의 나라’에 대해 이야기를 하십니다. 자신의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님을, 만약 자신의 나라가 이 세상에 속했다면 자신을 따르던 부하들이 싸워서라도 예수 본인을 지켰을 것이라 이야기했습니다. 

 

‘내 나라’가 있다고 말하는 예수의 이야기에 빌라도는 자연스레 “그러면 당신은 왕이오?”라고 묻습니다.그러자 예수는 “당신이 말한 대로 나는 왕이오. 나는 진리를 증언하기 위하여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기 위하여 세상에 왔소.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가 하는 말을 듣소.”라는 다소 어려운 대답으로 빌라도와의 이야기를 정리합니다. 

 

현실을 토대로 세워질 우리가 함께 꿈꿈 세상

 

여러분, 여러분이 생각하고 기대하는 ‘주님의 나라’, ‘하나님의 나라’는 어떤 곳인가요? 혹시 하늘 저 높은 곳에 있는 맑고 순결한 그런 공간인가요? 아니면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일상의 삶과는 무관한 그런 곳인가요?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자유입니다만, 오늘 본문을 보며 그려볼 수 있는 ‘주님의 나라’는 우리 눈이 쉽게 볼 수 있는, 인지할 수 있는 세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어 가늠조차 할 수도 없는 그런 세상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예수께서 말한 ‘내 나라’는 어떤 곳일까요? 

 

이렇게 이야기해 볼 수 있겠습니다. 현실을 토대로 세워질 우리가 함께 꿈꿀 세상.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삶이 의미가 있고 또 그 안에 매몰되어 있지만 말고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세상. 이것이 당시에 예수가 말한 ‘내 나라’, ‘주님의 나라’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 눈으로 보는 것과 귀로 듣는 것들이 우리가 아는 것의 전부가 아니듯이 지금 우리가 보는 세상도 예수가 꿈꾼 세상의 종착역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가 없으면 미래가 오지 않듯이, 예수가 꿈꾼 세상은 오늘의 현실을 충분히 느끼고 경험해야 그려갈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러하기에 하루하루를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되, 우리의 눈과 귀에 잘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들을 기억하고 살아내야 할 것입니다. 생명, 정의, 평화 등과 같은 것들이 그런 것이겠지요.

 

요새 매체를 접하기만 하면 어두운 이야기뿐인 것 같습니다. 국외적으로도 그렇고 국내적으로도 그러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어둠 가운데 빛을 보는 사람들입니다. 느리고 더디더라도 주께서 보이신 빛의 삶을 살고자 애쓰는 사람들입니다. 현실을 충실히 살아가되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나라’를 이야기하신 예수의 나라를 기억하며 일상의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은 무엇인지 기도하며 또 고민하고 그것들을 살아내는 여러분들 되길 바랍니다. 기도하겠습니다.


 

이작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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