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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애도'와 '우울'

[Lumix gx9 / 20mm]

"프로이트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에서 비롯되는 두 가지 감정을 '애도'와 '우울'로 요약했다. 물론 이 상실에는 죽음만이 아니라 이별 그리고 이상을 잃는 것도 포함된다. 어느 경우가 되었거나 '상실'은 근원적 체험이기에 좌절과 절망 혹은 깊은 원망의 감정에 사로잡힐 수 있다. 

 

'애도'의 시간이야말로 정화의 시간이고,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다. 애도의 시간을 갖지 못한 사람은 그 부재의 충격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한다. 

 

상실에 대한 두 번째 반응은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상실한 대상과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동일시하여 대상의 상실을 자아의 상실로 전환하는 이들에게서 나타난다. 그들은 '모든 게 내탓'이라고 자책한다. 그리고 자책의 늪 속에 잠겨든 채 타자들과 소통하기를 거부한다. 믿음조차도 그들을 우울의 늪에서 끌어올리지 못한다. 

 

신앙공동체가 필요한 것은 이 때이다. 그들 곁에 함께 있어 주고, 그들을 격려하는 편지를 쓰기도 하고, 음식을 함께 나누기도 하면서 그의 회복을 기다려주어야 한다. 누군가가 내 곁에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삶의 세계로의 초대가 된다."

 

김기석, '죽음, 그 목회적 접근'「그리스도인의 죽음」자료집, p.15-16

 

 

우리 삶에 장례 절차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인 듯 하다. 갑작스레, 혹은 시간을 두었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었을 때, 우리에게는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웃들과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것은 좋고 싫음의 감정과는 별개의 것이다. 그러다 일상에 균열이 발생하듯, 누군가 내 곁을 갑작스레 떠나버린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실감이 발생한다. 그러면 우리는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감정을 떠나 보내줄 시간이 필요해진다. 내가 허락하지 않은 상실을 감히 누가 허락했는가. 

 

그래서 장례의 절차는 대게 하루 이틀에 마치지 않는다. 종교나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모두 짧지만은 않는 시간을 갖는다. 우리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지난 시간들을 떠나보내줘야 한다. 

 

위의 인용글에 따르면, '죽음'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인생을 멋지게 설계하고자 했던 '이상'을 잃는 것도 모두 이러한 과정 혹은 단계를 필요로 한다. 

 

 

이작가야의 아틀리에

이작가야의 아틀리에(Atelier)입니다. Lee's Atel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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