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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사랑의 우스움

그녀는 내가 몰락해야 할 심연이었으며, 무의미한 내 인생을 포착한 신의 손과 같은 존재였어. 그때부터 무의미한 내 인생이 위대하고 당당하게 되었지, 무슨 말인지 알겠나. 어느 날 갑자기 지위 있는 남자의 인생이 신과 어린아이의 철없는 감정으로 광분하며 분별을 잃게 되었다네. 정염의 불꽃으로 활활 타올랐던 거야.

 

헤르만 헤세, <청춘이란 무엇인가>, 스타북스, p.39

 

 

사람이 사람에게 빠진다는 게 이토록 갑작스럽고 우스운 일이던가? 우습게 사람에게 빠지더니 이내 사람을 우습게 바꿔 놓는구나. ‘어느 날 갑자기 지위 있는 남자의 인생이 철없는 감정으로 광분하며 분별을 잃게 만드는 ‘ 그건 대체 어떤 힘이란 말인가?

 

사랑은 상대에 대한 오해로 시작해 다시 오해로 마감하게 되는 어린아이의 철없는 감정놀음 같은 것인가?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신은 그 안에서 나와 함께 뛰어놀자 하신다.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을 그 감정에 내어줘도 괜찮다고 하신다.

 

말로 할 수 없고 글로 쓸 수도 없는 그 오묘한 감정의 실체는 무엇인가? 정염의 불꽃이 타오른다. 언제 다시 꺼질 진 알 수 없어도 현존의 시간에 어떤 정염의 불꽃이 타오른다. 대체 우린 그 사람의 무엇을 알아 사랑에 빠지고 또 무엇을 안 채 사랑을 끝마치게 되는 건가?

 

하지만 우스운 사랑이 건넨 선물 한 가지는 삶을 좀 더 위대하고 당당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위대해진 만큼 초라해질 수 있음을 잊진 않는다.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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