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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산티아고 에세이> Day 32. 미지를 향해 부르는 음성 Day 32. 미지를 향해 부르는 음성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 – 아르주아(Arzua) : 7시간30분 (29.1Km) 며칠 전, 알베르게에서 저녁 식사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일행들과 어설픈 요리 준비로 한창이었는데, 우리 사이로 분주히 왔다 갔다 하는 한 친구가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동양인의 얼굴이었지만 한국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 동네 마트에 갔을 때도 잠시 마주쳤는데, 홀로 저녁 식사준비를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1인 순례자 같았다. 숏컷에 온몸으로 스페인 햇살을 품어 안고 걷던 그녀는 바로 캐나다에서 온 제이미(jamie)였다. 결국, 첫 만남 때는 대화 한마디 나누지 못했는데, 그녀는 내 마음속 매력적인 여성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오늘 순례길의 지면 높낮이는 보통이 아니..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왜 산티아고(santiago)로 떠났나? 1. 왜 산티아고로 떠났나? 몇 해 전,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고독의 현장에 떨어졌다. 사실 그곳에서 얻은 첫 번째 질문은 산티아고로 향하게 된 계기의 질문과는 다른 것이었다. 처음의 질문은 이러한 것이었지, 아마. ‘너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가?’ 지나 온 시간을 돌아봤다. 누군가 시켰기에,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라 여겨서 했던 일이 대부분이었다. 스스로 원해서 했던 일에는 무엇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도 그러했거니와 나 또한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했음을 발견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내가 무엇을 할 때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지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았던 걸 알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몸에 밴 습관은 쉽사리 바뀌지 .. 더보기
[에세이] 살아보는 거다 자신을 향한 부정의 언어를 거두는 게 필요하다. 이 말은 스스로를 향한 자책의 언어를 육체의 고통으로 바꿨을 때 그 고통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방금에 한 말이 한 가지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데, 그 때가 언제냐면 릴케가 말한 ‘당신의 일상이 너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경우’이다. 나는 책상에 앉아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사랑은 뭐지? 신은 또 뭘까? 삶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거야? 생기를 잃은 셀프 탁상담론이다. 작가 이승우와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런 생각‘만’ 하고 있는 이들을 향해 토르의 뿅망치를 날린다. 이승우 작가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사랑을 겪고 있기 때문에, 사랑이 그의 몸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즉 그가 곧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이 무엇인지 물을 이유가.. 더보기
[에세이] 자유로운 존재, 인간 청소년 시절 교회에서 문학의 밤을 할 때가 생각난다. 지금도 기억하는 극 중 대사 하나가 있는데 니체의 "신은 죽었다"가 바로 그것이다. 친구의 대사를 듣고 불안감에 사로 잡힌 나는 그 때부터 니체를 내 인생의 경계대상 1호로 삼았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직 니체의 책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의 영향을 받은 이들의 책을 곁눈질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일행들은 하나같이 인간을 자유로운 존재로 그려냈다. 동기에게 니체 이름을 꺼냈더니 이름만 듣고서도 기독교에서 아주 불온한 인물이라는 반응을 했다. 친구의 말도 맞는게 니체와 그 일행들이 하는 말은 기독교의 교리와 많은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일으켜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게 사실일까, 궁금해 졌다. 인간을 자유로운 존재로 인식하는 그들과 성서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