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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에세이] 이방인이 될 용기 케이가 고백을 한다. "좋아합니다. 제가 당신을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 그리고 더듬거리며 용기를 내 사귀자고 말한다. 수화기 너머 크림의 답이 들려온다. "아직, 누굴 만날 생각이 없어요." 케이는 거절을 당했다. 돌아선 그는 목석처럼 굳어버린 듯하다. 더 나아가야 할까 아니면 물러서야 할까. 애매한 거절에 애매한 상황이 펼쳐졌다. 솔직함! 그게 뭐지? 솔직함은 좋은 걸까 아니면 나쁜 걸까? 나쁘다면 왜 나쁜 거지? 예의를 갖춘 '적절한' 거절이나 호응은 훌륭한 인간관계의 처세술이 맞나? 케이는 우연히 길을 걷다 카뮈의 책 을 줍는다. 집으로 향하는 길목과 지하철에서 무심히 읽다 보니 '뭐 이런 인물이 다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난해하다. 난해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책 우연이 곧 표지임을 안 .. 더보기
[에세이] 신은 죽고 없었다 ​ 무엇이 나를 이토록, 지독하게 아프게 할까 당신을 간절히 원하며 기다렸건만 그 기다림의 끝이 이토록 비참한 것이어야 했나? 난 어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다. '신은 죽고 없었다'고. 안다, 잘 알고 있으니 이제 그만해라. 다 내가 초래한 일이고 내가 만든 일이다. 너무 잘 알고 있으니 제발 이제 그만해라. 신께 당신을 달라고 기도했더니 그 신이 당신을 가져갔다. 내 눈 앞에서 마치 나를 조롱하듯이. 그래요,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어떻게 살면 되죠? 말씀 좀 해보시죠. 제 마음이 제 뜻대로 안 됩니다. 근데 당신이 내 마음을 더 비참하게 해 놨어요. 어떻게 하라는 말씀인가요? 당신은 참 냉정합니다. 여전히 침묵 중입니다. 시간이 지나 뒤를 돌아보면 모든 것이 당신의 은혜였다라는 말로 나를 .. 더보기
[에세이] 그대를 기억하며 회상합니다 홍수 속 마실 물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과되지 않은 SNS 홍수 속에 급수가 높은 물도 여럿 있나 봅니다. 지금, 제 상황을 돌아보게 만드는 맑은 물을 만났습니다. 몇 개의 문장과 제 상황을 엮어 볼까 합니다. 기사의 전문은 주소로 남겨 놓겠습니다. 상실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애도의 기술’ 애도는 고통스런 노동이다. 잊으려는 노력이 아니라 기억하고 회상하려는 치열한 노동을 통해 우리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남편과 사별한 젊은 엄마 A씨는 ‘철의 여인’ 같 www.hankookilbo.com 지난번 짧게 라는 글을 쓰긴 했습니다만, 오늘 이 글은 그때의 글의 연장이라고 보면 좋겠네요. 우리는 이별을 맞이한 이들에게 아주 심플하고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예를 들면 '시간이 지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