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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에세이] 빈틈없음 아침이 차다. 서늘한 공기가 몸 한 구석을 파고든다. 채워지지 않는 그 빈 공간을 끌어안고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당장 채워지지 않을 그 온기마저 끌어안고 집을 나선다. 길 위에서 만난 벗들에게 이것이 사람의 문제냐고 물어본다. 그들로부터 들려오는 대답은, 사람으로는 채울 수 없는 헛헛함이라 하더라. 그래, 누군가 옆에 있다하여 채워질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연인이든, 가족이든, 종교인이든 불현 듯 찾아오는 이 공허함의 시간들이 있다. 이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채울 수는 있는 걸까. 삶에 무엇을 더 맞아들여야 할까. 걸으며 기도를 드린다. 갑작스런 시간의 출현, 낯선 존재가 불쑥 얼굴을 내밀 때, 찰나를 본다. 채우기 위해 먼저 비워야함을 찰나로 느낀다. 최고 권력자, 누군가.. 더보기
20161016 주보 더보기
[에세이] 슬픔과 눈물 ​ ​슬픔과 눈물. 에코백 같은 존재들이다. 내 옆을 떠날 줄을 모른다. 희망을 나누고 싶어 단상을 남기다 보면 갑자기 슬픔의 기운이 얼굴을 내민다. 빼꼼히. 사람을 만나면 항상 웃음부터 지어지지만 어찌 글은 이 모양인지 모른다. 조민아 선생님은 글 속에 진짜 내 모습이 드러난다고 하시던데. 영화를 보다가 노래를 듣다가 글을 읽다가 눈물샘은 반갑지도 않은 눈물을 자꾸 끌어올린다. 여기저기 기웃대다 을 쓰신 권정생 선생님의 인터뷰 글을 보았다. 왜 선생님은 평생 슬픈 글만 쓰냐는 질문에 "세상에서 가장 맑은 것이 있다면 눈물이야. 울고 나면 용서를 할 수 있어."라고 하셨단다. 그리고 "나의 동화는 슬프다. 그러나 절대 절망적인 것은 없다. 서러운 사람에겐 남이 들려주는 서러운 이야기를 들으면 한결 위안이.. 더보기
[책] 고독을 친구 삼아 릴케의 책 중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였다. 넛지살롱 책모임을 통해 알게 되고, 읽게 된 책이었는데, 이 작고 얇은 책 안에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글귀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몇 가지의 문장들을 남겨볼까 한다.   예술작품이란 한없이 고독한 존재이며, 비평만큼 예술작품에 다가갈 수 없는 것도 없습니다. 사랑만이 예술작품을 포착할 수 있으며 올바르게 대할 수 있습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p30 예술가는 나무처럼 성장해가는 존재입니다. 수액을 재촉하지 않고 봄 폭풍의 한 가운데에 의연하게 서서 혹시 여름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일도 없는 나무처럼 말입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여름은 오니까요. 그러나 여름은 마치 자신들 앞에 영원의 시간이 놓여 있는 듯 아무 걱정도 없이 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