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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책] 고독을 친구 삼아

릴케의 책 중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넛지살롱 책모임을 통해 알게 되고, 읽게 된 책이었는데, 이 작고 얇은 책 안에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글귀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몇 가지의 문장들을 남겨볼까 한다. 

 


 

예술작품이란 한없이 고독한 존재이며, 비평만큼 예술작품에 다가갈 수 없는 것도 없습니다. 사랑만이 예술작품을 포착할 수 있으며 올바르게 대할 수 있습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30

 

예술가는 나무처럼 성장해가는 존재입니다. 수액을 재촉하지 않고 봄 폭풍의 한 가운데에 의연하게 서서 혹시 여름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일도 없는 나무처럼 말입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여름은 오니까요. 그러나 여름은 마치 자신들 앞에 영원의 시간이 놓여 있는 듯 아무 걱정도 없이 조용히 그리고 여유 있게 기다리는 참을성 있는 사람들에게만 찾아오는 것입니다. 나는 그것을 날마다 배우고 있습니다. 나는 오히려 내게 고맙기만 한 고통 속에서 그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인내가 모든 것이라고!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31-32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당신에게 이런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당신의 가슴속에 풀리지 않은 채로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인내심을 갖고 대하라는 것과 그 문제들 자체를 굳게 닫힌 방이나 지극히 낯선 말로 적힌 책처럼 사랑하려고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당장 해답을 구하려 들지 마십시오.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은 그 해답을 구하지 못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아직 그 해답을 직접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의 궁금한 문제들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십시오. 그러면 먼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해답 속에 들어와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40

 

당신의 일상이 너무 보잘것없이 보인다고 당신의 일상을 탓하지는 마십시오. 오히려 당신 스스로를 질책하십시오. 당신의 일상의 풍요로움을 말로써 불러낼 만큼 아직 당신이 충분한 시인이 풍요로움을 말로써 불러낼 만큼 아직 당신이 충분한 시인이 되지 못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십시오. 왜냐하면 진정한 창조자에게는 이 세상의 그 무엇도 보잘것없이 보이지 않으며 감흥을 주지 않는 장소란 없기 때문입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15

 

왜냐하면 어떤 다른 일에서보다도 특히 가장 심오하고 중요한 일들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우리 인간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혼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충고를 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기 위해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또 많은 일들이 잘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성공을 거두려면 여러 가지 일들의 전체 정황이 제대로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23

 

여기서는 시간을 헤아리는 일이 통용되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1년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10년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무릇 예술가라고 하는 존재는 세지도 헤아리지도 않아야 합니다. 예술가는 나무처럼 성장해가는 존재입니다. 수액을 재촉하지도 않고 봄 폭풍의 한가운데에 의연하게 서서 혹시 여름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일도 없는 나무처럼 말입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여름은 오니까요. 그러나 여름은 마치 자신들 앞에 영원의 시간이 놓여 있는 듯 아무 걱정도 없이 조용히 그리고 여유 있게 기다리는 참을성 있는 사람들에게만 찾아오는 것입니다. 나는 그것을 날마다 배우고 있습니다. 나는 오히려 내게 고맙기만 한 고통 속에서 그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인내가 모든 것이라고!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31-32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당신에게 이런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당신의 가슴속에 풀리지 않은 채로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인내심을 갖고 대하라는 것과 그 문제들 자체를 굳게 닫힌 방이나 지극히 낯선 말로 적힌 책처럼 사랑하려고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당장 해답을 구하려 들지 마십시오.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은 그 해답을 구하지 못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아직 그 해답을 직접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의 궁금한 문제들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십시오. 그러면 먼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해답 속에 들어와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40

 

세계의 위대한 개혁은, 아마도 남자와 처녀가 모든 그릇된 감정과 혐오감에서 벗어나, 서로 반대되는 존재로서 상대를 찾지 말고 같은 형제자매로서, 이웃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연대하여 그들의 어깨에 부과된 어려운 성을 소박하고 진지하게 끈기 있게 함께 짊어지고 나아가는 데 있을 것입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45

 

당신의 고독은 당신에게 아주 낯선 상황 속에서도 당신을 위한 의지처이자 고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바로 고독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당신의 모든 길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47

 

그때가 바로 고독이 자라나는 시간입니다. 왜냐하면 고독의 성장은 소년들의 성장처럼 고통스러우며 막 시작되는 봄처럼 슬프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꼭 필요한 것은 다만 이것, 고독, 즉 위대한 내면의 고독뿐입니다. 자신의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 몇 시간이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 바로 이러한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57

 

왜 당신은 신이란 다가오는 자, 영원으로부터 그 도래가 임박한 자, 미래의 존재, 우리가 그 이파리인 한 나무에 열릴 마지막 열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신의 탄생을 앞으로 다가올 시간 속에 위치시켜 놓고서 당신의 인생을 위대한 잉태의 역사 속의 고통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하루처럼 살고자 하는 당신의 뜻을 막는 것은 그 무엇입니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을 그 하나 하나마다 새로운 시작이며 시작 자체는 늘 아름다운 것이기에 그 하나하나가 신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당신은 왜 알지 못하나요?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61

 

시작하기 위해서는 신은 당신에게서 바로 그러한 삶의 불안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는 경건한 마음으로 성탄절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바로 이처럼 당신이 처해 있는 전환의 시기가 당신의 가슴속의 모든 것들이 신을 짓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62-63

 

사랑하는 것 역시 훌륭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어려우니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 그것은 우리에게 부과된 과제 중에서 가장 힘든 과제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우리가 해야 할 최후의 과제이며 궁극적인 시험이자 시련입니다. 그리고 사랑은 작업입니다. 다른 모든 작업은 사랑이라는 작업을 위한 준비과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모든 면에서 초심자인 젊은이들은 아직 제대로 사랑을 할 수 없습니다. 즉 그들은 사랑을 배워야만 합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68

 

무언가를 배우는 시간은 언제나 기나긴 밀폐의 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오랫동안 인생 속으로 깊이 몰입하는 고독입니다. 다시 말해 사랑이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강도 높고도 심오한 고독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사랑한다는 것은 전혀 융합이나 헌신 그리고 상대방과 하나가 되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개인이 성숙하기 위한, 자기 안에서 무엇이 되기 위한, 하나의 세계가 되기 위한, 즉 상대방을 위해 자체로서 하나의 세계가 되기 위한 숭고한 동기입니다. 사랑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위대하고도 가혹한 요구입니다. 즉 사랑은 한 개인을 지목하여 그에게 원대한 사명을 부여하는 그 무엇입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68-69

 

그리고 이러한 보다 인간적인 사랑 - 한없이 사려가 깊고 그윽하며, 묶고 푸는 것이 멋지고 분명한 사랑 - 은 우리가 지금 온갖 노력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는 사랑을 닮을 것입니다. 우리의 사랑은 두 개의 고독이 서로를 보호해주고 서로의 경계를 그어놓고 서로에게 인사를 하는 사랑입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74-75

 

슬픔의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하여 사람들이 슬픔을 시끌벅적한 곳으로 들고 갈 때, 오히려 그 슬픔은 위험스럽고 나쁜 것이 되는 것입니다. 표피적으로 그리고 아둔하게 치료한 질병처럼 그런 슬픔들은 물러나는 척하였다가는 짧은 잠복기가 지나고나면 전보다 훨씬 무섭게 터져나오는 것입니다. 그런 슬픔들이 가슴속에 집적되어 인생이 되면, 그 인생은 제대로 살지 못한 삶, 거부된 삶, 실패한 삶이 되는 것입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80-81

 

왜냐하면 슬픔이란 무언가 새로운 것, 무언가 미지의 것이 우리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우리들의 감정은 어쩔 줄 모르는 당혹감 속에서 입을 다물고, 우리의 내면의 모든 것은 뒤로 물러서고, 적막이 생겨납니다. 그러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 새로운 것이 그 적막의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침묵하는 것입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81

 

우리의 거의 모든 슬픔들은 우리가 마비로 느끼는 긴장의 순간들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마비로 느끼는 까닭은 그 순간 우리는 우리의 소스라치게 놀란 감정들이 살아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내부로 들어온 낯선 것과 단 둘이서만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친근하고 익숙한 모든 것들이 한순간 우리에게서 떨어져나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때 우리가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는 변화 과정의 한중간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81

 

우리가 슬픔에 젖어 있을 때 더 조용해지고, 더 인내심을 갖고, 더 마음을 열수록, 새로운 것은 그만큼 더 깊고 더 확실하게 우리의 가슴속으로 들어옵니다. 그만큼 더 훌륭하게 우리는 그것을 우리 것으로 만들고, 그만큼 더 많이 그것은 우리의 운명이 됩니다. (중략)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가 운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깥으로부터 우리의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서서히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83

 

고독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택하거나 버릴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님이 점점 더욱 뚜렷해집니다. 우리는 고독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마치 그렇지 않은 듯이 스스로를 속이고 행동할 뿐입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러한 고독한 존재임을 깨닫고 바로 그러한 전제 아래서 시작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게 아닐까요? 그렇게되면 물론 우리는 사실 현기증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84

 

그러나 모든 것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이 세상의 그 어느 것 하나, 이를테면 불가사의한 것까지도 배제하지 않는 사람만이 상대방에 대한 관계를 무언가 생동감 있는 것으로서 체험하고 또 그 자신의 현존재의 샘물을 남김없이 길어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86

 

당신은 자신의 몸 상태를 감시해야 할 의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병이든 의사가 손을 쓸 수 없이 마냥 기다려야 하는 많은 날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당신의 병을 치료할 의사로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보다도 바로 이것, 즉 가만히 기다리는 일입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89

 

당신의 내면에서 작용하고 있는 소년 시절의 과오들과 소망들과 동경들의 그 부분은 지금 당신이 기억하여 비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고독하고 힘없는 어린 시절의 특수한 상황은 너무나 어렵고 너무나 복잡하며 너무나 많은 외부의 영향에 내맡겨져 있는 동시에 삶과의 어떠한 실질적인 연관도 맺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린 시절 안으로 악덕이 하나 들어섰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거리낌 없이 악덕이라고 불러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명칭을 다룸에 있어서 극히 조심해야 합니다. 나쁜 행동을 표현하는 명칭이 종종 한 인생을 망쳐놓는 경우를 봅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90

 

마음속에 늘 충분한 인내심을 지니십시오. 또한 소박한 마음으로 믿으십시오. 어려운 것을 더욱더 신뢰하십시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속에 느끼는 당신의 고독을 신뢰하십시오. 그리고 그 말고는 삶이 당신에게 벌어지는 대로 놔두십시오. 내 말을 믿으십시오. 삶은 어떠한 경우에도 옳습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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