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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

<산티아고 에세이> Day 30. 여기 없는 이는 소용없다 Day 30. 여기 없는 이는 소용없다. 트리아카스텔라(Triacastela) – 페레이로스(Ferreiros) : 7시간30분 (29Km) 까미노는 미팅의 천국이다. 물론 남녀가 비슷한 의도를 가지고 만나게 되는 그런 즉석 만남의 미팅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다양한 만남(meeting)의 축제, 이것이 ‘길’이라는 뜻의 ‘까미노(Camino)’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이다. 이 길을 걸은 지 열흘 쯤 됐을 때였나? 땅만 보며 부지런히 걷고 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바로 앞에 동양인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걷고 있는 게 보였다. 일본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던 그녀는 경상도 사투리가 매력적인 부산 아가씨 은경이었다. 처음 만났을 당시 우리는 아주 잠깐 함께 걸으며 가볍게 인사를 나눈 정도였다. 그 .. 더보기
[쓰임 Note] 지식을 경계하는 신앙 20180128 쓰임교회 주일설교 지식을 경계하는 신앙 1. 우상에게 바친 고기에 대하여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우리 모두가 지식이 있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지식은 사람을 교만하게 하지만, 사랑은 덕을 세웁니다. 2. 자기가 무엇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도 그가 마땅히 알아야 할 방식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3. 그러나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하나님께서 그를 알아주십니다. 4. 그런데 우상에게 바친 고기를 먹는 일을 두고 말하면, 우리가 알기로는, 세상에 우상이란 것은 아무것도 아니고, 오직 하나님 한 분 밖에는 신이 없습니다. 5. 이른바 신이라는 것들이 하늘에든 땅에든 있다고 칩시다. 그러면 많은 신과 많은 주가 있는 것 같습니다. 6.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버지가 되시는 하나님 한 분이.. 더보기
[쓰임 Note] 인내하며 소망하는 삶 20161211 쓰임교회 주일설교 인내하며 소망하는 삶 7. 그러므로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참고 견디십시오. 보십시오, 농부는 이른 비와 늦은 비가 땅에 내리기까지 오래 참으며, 땅의 귀한 소출을 기다립니다. 8. 여러분도 참으십시오. 마음을 굳게 하십시오. 주님께서 오실 때가 가깝습니다. 9. 형제자매 여러분, 심판을 받지 않으려거든, 서로 원망하지 마십시오. 보십시오, 심판하실 분께서 이미 문 앞에 서 계십니다. 10.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한 예언자들을 고난과 인내의 본보기로 삼으십시오. 세 번째 촛불을 밝힌 대림절 빛으로 오신 주님의 사랑이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오늘은 강대상의 세 번째 촛불을 밝힌 대림절 세 번째 주일입니다. 주님 오심을 기다리는 이 절.. 더보기
[에세이] 늘 국가비상사태였다 ​ 좋은 책 중에 어떤 책은 쉽게 읽히다가 가끔 걸리는 문장들이 드러나고, 또 어떤 책은 거의 모든 문장마다 읽히지 않아 진도가 늦어진다. 글의 종류에 따라 그 길이도 달라지겠지만, 2-3 페이지의 짧은 글이지만 각 문단과 문장의 가시에 걸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책이 있다. 정희진의 책이 그러하다. 평소 주위 사람들도 그녀의 글을 두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쉽게 읽히는 것은 속임수'라는 듯 그 말들을 웃어 넘긴다. 이 글을 남기게 된 동기는 그녀가 발터 베냐민의 책을 인용하며 했던 이야기 때문이다. 지금 멘붕(!)에 빠진 나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내 생각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것 같았다. 최근 많은 대학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국회는 국가비상사태를 맞이한 듯 정신이 없다. .. 더보기
[에세이] 슬픔의 가치 인도 여행 프로그램을 보다 어떤 분노와 슬픔에 사로 잡혔다. 네 개의 층위로 구성된 카스트 제도 신분에 속하지 못한 또 하나의 계급, 지워진 존재 '불가촉천민.' 프로그램엔 두 명의 여행자가 불가촉천민으로써 빨래를 직업으로 하는 ‘도비왈라(Dhobiwala)’와 만나는 장면이 등장한다. 도비왈라는 오랜 관습으로 대를 이어 빨래만 해야 한다. 평생. 다른 일을 하고 싶으면 자격증과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데, 문명이 주는 혜택의 그늘 속에 사는 천민들이 재능을 발견하거나 자격증을 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그들은 벗어날 수 없는 제도의 굴레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산다. 인도의 견고한 신분 사회 때문에 분노했고, 그 굴레에서 벗어나올 수 없는 불가촉천민들의 삶 때문에 슬펐다. 물론 그들 스스로 자신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