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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하루, 산티아고

<산티아고 에세이> Day 5. 보이지 않는 마음의 유대 Day 5. 보이지 않는 마음의 유대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 에스테야(Estella) : 5시간 (22.4Km) 어제 묵었던 마을을 빠져나오다보면 아름다운 다리 하나를 건너게 되는데, 이 다리의 이름은 마을의 지명과 같다. 마을의 이름이자 다리의 이름은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즉, ‘여왕의 다리’이다. 이 다리는 여섯 개의 아치로 이루어져있고 10-12세기 사이 유럽에서 유행한 로마네스크의 양식을 띠고 있다. 전해지기로는 11세기 나바라 왕국(Reina de Navarra)의 여왕이 순례자들을 위해 이 다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천년의 세월을 견디고도 여전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여왕의 다리.’ 이곳을 오가던 수많은 사람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4. 몸이 건네는 말 Day 4. 몸이 건네는 말 팜플로나(Pamplona) –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 5시간 (25.5Km) 비가 온다. 순례 시작 이래 처음으로 비가 내린다. 가방 저 밑에 넣어두었던 비옷을 꺼내 입고 온 몸으로 비를 맞으며 걷는다. 순례자를 향해 내리쬐던 스페인의 무심한 햇살도 먹구름 앞에선 그 힘을 잃었다. 그래서일까? 무거운 가방을 매고 산을 오르락내리락 해도 체온이 잘 오르지 않는다. 컨디션도 영 좋지 않아 오늘 목적지인 ‘푸엔테 라 레이나’까지 갈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갈팡질팡한 마음이 불안감에 속도를 높인다. 그래도 계속 걷는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걸을 것이냐, 멈출 것이냐, 두 선택만 있을 뿐.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중간 중간 몸의 반응을 살핀다. 그러다보니 ..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3. 역시 삶은 만남인가 Day 3. 역시 삶은 만남인가 수비리(Zubiri) – 팜플로나(Pamplona) : 5시간 30분 (21Km) 여행은 만남이다. 여행이든 순례든 일상을 벗어나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가끔은 특별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는데, 모든 존재가 특별하겠지만 정말 특별한 한 사람을 이곳 팜플로나에서 만나게 된다. 수비리부터 동행하게 된 친구들과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끼니 해결을 위해 마을 번화가를 어슬렁거린다. 몇 분 후 현정이가 낯선 한 남자와 접선을 한다. 누구지? 우리는 어리둥절한 채 그 접선에 동참한다. 아무리 봐도 한국인 체형은 아니다. 콧날은 날카롭고 다리는 매우 길었다. 그는 5월 산티아고 출발자 단톡방에 있던 오승기라는 청년이다. 단톡방에 있던 사람 중 대부분이 그가 외국사람인지 몰랐던 건 ..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2. 한 걸음 내딛을 용기 Day 2. 한 걸음 내딛을 용기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 수비리(Zubiri) : 5시간 30분 (21Km) 첫날의 험난함 때문이었을까? 오늘 수비리로 향하는 길은 좀 수월하다. 하지만 단정 짓기 어려운 건 아직 몸이 건네는 말을 잘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국에서의 긴장과 낯선 곳을 걸으며 오는 땅의 전율이 몸 안에 질서 없이 축적되는 기분이다. 완벽한 준비가 세상 어디에 있겠나 생각하며 계속 걸어본다. 생각의 꼬리가 정체 없이 떠돌기 시작하더니 어느 새 마을로 초대하는, 마을 초입의 다리가 낭만적인 수비리(zubiri)에 도착한다. 혼자 떠난 해외여행이 처음인 나는 계속 불안한 상태였고 불안을 잠재우고자 동행을 찾기 시작했다. 온전한 자유를 누리기에는 아직 내공이 부족한 탓이다...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1.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을 수 있음을 Day 1.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을 수 있음을 생장 피에 드 포르(St Jean Pied de Port) –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 8시간 30분 (27.1Km) 순례의 시작은 파리(Paris)부터였다. 잠시 머물던 파리의 한 민박에서 한국에서 온 세진이를 만났다. 그는 나보다 하루 먼저 산티아고로 향하는 순례자였고 그와 파리에서 잠깐의 일정을 보낸 후 다음 날 헤어졌다. 세진이와 이별한 후 파리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보내고 있는데, 그로부터 문자가 왔다. 다짜고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형, 디져요.” 순간 불어인가, 했지만 그 말의 결론은 피레네 산맥을 넘는 것이 죽을 만큼 힘들다는 것이었다. 아침에 반드시 마실 물과 먹거리를 든든히 챙기고 출발하라는 당부를 남기고 세진은 이른 저녁..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일상의 반복이자 일상의 회복, ‘산티아고’ 2. 일상의 반복이자 회복, ‘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길은 여러 개다. 그 중에 가장 많은 순례자들이 걷는 길이 바로 프랑스 길(Camino Francés)이다. 나는 고민의 여지없이 프랑스 길을 선택하여 위험과 불안의 강도를 낮춘다. 안정을 추구하려는 마음이 이렇게 초보 순례자 티를 내게 한다. 그리고 그 프랑스 길을 33일 만에 완주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약 800Km가 되는 길을 33일 만에 걷기 위해서는 하루에 20~30Km씩 꾸준히 걸어야 한다. 그런데 필자는 부모님을 따라 가끔 산에 발을 붙이던 사람이다. 그러니까 내가 평소 산을 밟는 일은 연례행사 수준이었다는 말이다. 사전에 철저한 운동 없이 매일 6시간 이상씩 걷는다..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왜 산티아고(santiago)로 떠났나? 1. 왜 산티아고로 떠났나? 몇 해 전,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고독의 현장에 떨어졌다. 사실 그곳에서 얻은 첫 번째 질문은 산티아고로 향하게 된 계기의 질문과는 다른 것이었다. 처음의 질문은 이러한 것이었지, 아마. ‘너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가?’ 지나 온 시간을 돌아봤다. 누군가 시켰기에,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라 여겨서 했던 일이 대부분이었다. 스스로 원해서 했던 일에는 무엇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도 그러했거니와 나 또한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했음을 발견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내가 무엇을 할 때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지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았던 걸 알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몸에 밴 습관은 쉽사리 바뀌지 .. 더보기
[산티아고] 하나의 하루, 산티아고 : 맛보기 영상 곧 올라올 산티아고 에세이를 위한 맛보기 영상 In Ages (아헤스)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utube.com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