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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파 Note

[쓰임 Note] 가다듬고 기다리며

20151206 쓰임교회 주일설교

 

가다듬고 기다리며

 

<말라기 3장 1-4절>

 

1. "내가 나의 특사를 보내겠다. 그가 나의 갈 길을 닦을 것이다. 너희가 오랫동안 기다린 주가, 문득 자기의 궁궐에 이를 것이다. 너희가 오랫동안 기다린, 그 언약의 특사가 이를 것이다. 나 만군의 주가 말한다.

2. 그러나 그가 이르는 날에, 누가 견디어 내며, 그가 나타나는 때에, 누가 살아남겠느냐? 그는 금과 은을 연단하는 불과 같을 것이며, 표백하는 잿물과 같을 것이다.

3. 그는, 은을 정련하여 깨끗하게 하는 정련공처럼, 자리를 잡고 앉아서 레위 자손을 깨끗하게 될 것이다. 금속 정련공이 은과 금을 정련하듯이, 그가 그들을 깨끗하게 하면, 그 레위 자손이 나 주에게 올바른 제물을 드리게 될 것이다.

4. 유다와 예루살렘의 제물이 옛날처럼, 지난날처럼, 나 주를 기쁘게 할 것이다.

 

 

주님의 때는 알 수 없다

 

오늘 쓰임교회 오신 여러분들을 주님의 이름으로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지난주부터 대부분의 교회들은 기다림의 계절 ‘대림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여러분들은 ‘기다림’의 의미를 가슴으로 느끼며 지내고 계신지요? 정말 요즘 세상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서 빨리 이 땅에 주님께서 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갈수록 이 세상살이가 불통이 되어가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세워진 대립각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님이 오실 그 날을 알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여러분과 저는 마태복음에 이렇게 쓰여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날과 그 시각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이 아신다(마24:36).”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주님께서 오실 날은 도저히 알 수가 없고, 사람 사는 세상은 자꾸만 거칠고 황폐해져만 가는데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리스도인은 어둠 가운데 빛을 보는 사람이다

 

제가 여러분께 자주 드리는 말씀이기도하고, 저 스스로도 마지막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말이기도 합니다만, 그 말은 ‘그리스도인은 어둠 가운데 빛을 보는 사람이다.’입니다. 살림살이는 나아질 기미가 없고 세상은 어둠 가운데 있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희망’을 보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20세기의 가장 뜨거운 영혼의 소유자라고 하는 체 게바라의 평전을 보면, 그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리얼리스트가 되라. 그러나 이룰 수 없는 이상은 반드시 하나씩 가져라.” (신영복,『담론』. p45) 이것이 험난한 세상을 기어서라도 넘어서는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말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둠 가운데 빛을 본다는 것의 어려움을 말입니다. 안개 자욱한 고속도로를 달릴 때, 언제 이 안개가 걷히고 훤한 시야가 나타날지 우리는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산을 넘어가면, 비가 그치면 안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안개 자욱한 고속도로를 향해 자동차 액셀(accelerator, 액셀러레이터)을 힘차게 밟습니다. 

 

그래서 안개 자욱하고 어둠이 가득 드리워진 곳에 서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믿음’입니다. 빛이신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고 또 그의 눈과 그의 마음이 어둠을 응시하며 가슴 아파하고 계시다는 그 ‘믿음’말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이러한 참 믿음이 몹시 필요합니다.

 

오늘 본문은 빛을 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다시 빛 가운데 거하기를, 그리고 이 기다림의 절기에 빛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이들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일하는 방식

 

오늘 본문은 말라기입니다. 말라기는 구약의 마지막 책으로 23개의 문답식 교훈과 6편의 설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말라기는 학개, 스가랴 선지자의 가르침대로 성전건축은 다시 했지만 한 세기가 지나도록 메시야 왕국은 도래하지 않고, 어떤 영광스러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염증을 느낀 유다 백성의 태만한 삶에, 다시 소망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본문의 흐름 가운데 우리가 함께 읽은 부분은 하나님께서 ‘특사’를 보내시겠다고 말씀하시는 부분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말라기를 구약과 신약을 잇는 통로로 보며 말라기에서 예수와 세례자 요한의 예언을 읽습니다. (네이버, 『바이블 키워드』 ‘말라기’ 참조) 

 

특별히 이 ‘특사’의 대상을 세례자 요한으로 한정짓는 경향이 있는데, 말라기가 쓰여 질 당시(BC 400년경)에는 요한이라는 존재를 알 수 없었기에 다음 장 4장5절에 나오는 ‘엘리야’가 그 ‘특사’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신구약을 하나의 흐름 속에서 읽을 때 이는 세례자 요한이 확실하지만, 제가 이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건 하나님께서는 심판을 하시거나 화를 내시기 전에 미리 누군가를 통해 길을 잃은 자들을 당신의 품으로 끌어당기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사랑 방식이자 하나님이 일하는 습관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말한 ‘누군가’는 구약에선 많은 선지자들이었고 신약에선 세례요한과 바울사도였고 더 확장시켜 보면 예수도 하나님의 사랑을 앞서 전하는 이였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언약의 특사인 우리가 가야할 길

 

지금 모든 교회가 대림절을 보내고 있기에 전례의 모든 부분은 예수의 다시 오심과 세례요한이  그 말씀의 중심이 됩니다. 하지만 이 말씀이 현실과 맞닿기 위해선 적용점이 필요하겠지요. 그래서 우리에겐 질문이 필요합니다. 다시 오실 예수를 기다리며 ‘우리’는 이 어둡고 참담한 현실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어떻게 살아내야 하겠습니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앞서 보내진 사람이라면 우리는 우리 곁에 있는 이들과 또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겠습니까? 

 

오늘 본문에서 ‘언약의 특사’로 표현된 이는 ‘금과 은을 연단하는 불(2)’과 같고, ‘표백하는 잿물(2)’ 같을 것이며, ‘은과 금을 정련하는 정련공(3)’ 같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사는 주의 길에서 떠난 이들 곁에서 금과 은을 연단하는 불처럼,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내는 잿물처럼, 원료에 들어 있는 금속을 뽑아내 정제하는 정련공처럼 그런 일들을 할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쓰임교회 공동체 여러분, 지금 말씀드린 것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맡겨진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피하고 싶고, 어쩌면 나보다는 내 옆에 있는 이들이 그 일을 맡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겠습니다만, 이것이 대림절을 맞아 우리 앞에 놓인 하나님의 마음이라 생각하면 어떨까요?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일을 하는 주체는 ‘내’가 아니라 나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사실입니다. 저도 이것을 잊을 때가 많습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모든 일을 내 손으로 붙잡고 있는 자신을 자주 발견합니다. 그래놓고서 힘들다, 안 되겠다 맨날 볼멘소리만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 우리에게 필요한 믿음은 그런 것이죠.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과 하나님이 항상 나를 도우신다는 것을 믿는 믿음. 우리에게 이러한 믿음이 있다면, 주님 오심을 기다리며 길을 잃은 자들이 그들의 삶을 곧추세우도록 돕고, 그들 곁에 머물며 삶의 묵은 때를 벗겨주고, 그들 마음에 심겨있는 선함을 호명해 주는 것들을 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 각자의 삶과 마음을 들여다보며 우리 안에 있는 어두운 부분을 주님과 함께 응시하고 삶의 찌든 때를 씻어내야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이 모든 일은 단번에 이루어지기보다는 길고 지난한 수행의 과정이 필요하고 또 주님의 도움이 있어야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깨어 기도하는 순간과 기도의 축척물들이 필요한 것입니다. 

 

세월이 어둡고 앞이 막막하다하여 기운 잃지 마시고, 부정과 부조리 앞에 당당하게, 또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쁨으로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사랑의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실 것입니다. 기도하겠습니다.


 

이작가야

문학과 여행 그리고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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