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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깨달음이란

[Lumix gx9 / 14mm]

깨달음이란 우선 이처럼 자신이 깨뜨려지는 충격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옳다.

 

진정한 깨달음이란 근본에 있어서
시대와의 불화(不和)이어야 하리라.
사건과 같은 충격 그리고 충격 이후에
비로소 돌출하는 후사건(後事件)이 깨달음의 본 모습이 아닐까.
"깨달음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반성해야 하는 것은
깨달음마저도 소유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끊임없는 불화와 긴장 그 자체가
지혜인지도 모른다.

 

신영복, <변방을 찾아서>, 돌베개, p.100-105

 

자신이 깨뜨려져야 얻어진다는 '깨달음.'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깨어지고 또 깨어졌는가. 우리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능동적이어야 하겠지만, 수동적이지 않은 깨달음을 맞이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틀을 깬다는 것이 꽤나 고통스럽기 때문이리라.

 

신기하게도 진정한 깨달음은 늘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과 부딪힌다. 시대와 부딪힌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고향으로부터 너무 먼 곳으로 밀려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왜 깨달음이 시대와의 불화를 겪어야만 하는가. 상징계 속을 살아가는 연약한 존재이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간이란 존재여.

 

하지만 깨달음을 스스로 소유하려는 자여 늘 조심하기를. 깨달음을 우리의 욕망의 대상으로 여기는 순간 이미 깨달음이 아닌 것임을. 그러고 보면 깨달음이란 늘 수동적인 모습으로 만나야 되는 시간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작가야의 아틀리에

이작가야의 아틀리에(Atel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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