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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나만이 아는 길

 


잠에서 깹니다

지금 이 시간은
많은 사람들이
나른해질 시간일 겁니다

저는 그럴 즈음,
잠에서 깹니다

요즘 같이 추운 날에는
잠에서 깨도
이불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하는 노동이란 이불속에서
세상 소식을 살피는 정도입니다

그러다
이젠 정말 일어나야겠다, 싶으면
이불을 온몸에 싸매고 책상다리를 하고
20분 침묵을 합니다

해는 이미 중천에 뜬 그 시간
주섬주섬 점심을 챙겨 먹고
설거지와 집 바닥 청소를 하고 씻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하루의 일과를 시작합니다

이것이 아무 일정이 없는 날의 하루입니다
근데 이런 날이 대부분이라는 것이지요

기분이 괜찮은 날도 있습니다
어제 빡빡한 스케줄이 있었거나
어제 보람된 일이 있었거나
그날 저녁에 약속이 있으면
스스로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할 날들이 있습니다

길을 잃은 것만 같고
사회에서 도태되는 느낌이 나를 사로잡습니다
'아침형 인간'을 모토로 삼는 이들에게
제 일상의 삶은 한심한 인생으로 보일 테죠

<미래에서 기다릴게> 책을 읽다
마음을 스치는 문장과 만났습니다

​"길을 잃지 않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현명한 방법이긴 하지만,

길을 잃는 것 또한 길을 찾는 방법이라는 걸
우리는 잊고 사는 듯하다.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나 갈 수 있지만,
모두가 모를 때 나만이 아는 그 길은
오직 경험으로 찾게 되는 것 아닐지.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아도 상관없는,
그리고 길을 찾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는 시간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그 마음이 중요하지 않을까"


밤삼킨별 김효정, <미래에서 기다릴게>, p.223


길을 잃는 것 또한 길을 찾는 방법이라고,
나만 아는 길은 경험으로만 찾게 되는 것이라고

요즘 길을 잃은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진짜 내 길, 나만의 길을 찾는 중이라던데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듯합니다

지금까지 누군가 가라고 하는 대로 갔고
가지 말라고 하면 가지 않던 삶을 살다가,
내면의 소리를 따라 살려니 참 쉽지가 않네요

그러다 저 글귀를 읽다가
지금 내가 지내는 이 일상의 삶이,
나만의 길을 걷는 과정이고
나만이 아는 길을 만드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니면 모를 그 길,
그래서 비슷하게 비틀거리며 걷는 이를 만나면
그저 반갑게 맞아 들일 수 있는 그 길을
닦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작가야의 문학생활

이작가야의 문학생활 (Lee's Literature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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