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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추억] 영화 '나쁜 나라'와 유시민 작가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나쁜 나라'와 '유시민'이 만났습니다

 

 

얼마 전, JTBC '밤샘토론'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유시민 前 보건복지부 장관의 생각과 그의 발언 논리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터에 

아주 좋은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세월호를 다시 기억할 수 있는 기회와

유시민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동시에 생긴 겁니다

이런 황금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대학 동기와 함께

유작가의 책, <국가란 무엇인가>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구입하여 현장으로 갔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은 

영화 상영이 있던 그날을 떠올리며 몇 가지의 '단상'을 남긴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와 함께 호흡하길 바라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이 블로그에 글을 끄적거리는 이는

원래부터 눈물이 많은 남자였기에

거의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세월호 침몰 사건과 

그 사건을 둘러싼 여러 가지 감춰진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목격하며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지금의 나는,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영화의 내용을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이렇습니다

 

영화는 유가족의 시선으로 모든 상황을 보았습니다

그랬기에 그분들의 억울하고 애통하고 답답하고 먹먹한 가슴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한 가지는 그들은 '명랑함' 또한 잃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싸움이라 표현하면 좀 거칠지 모르지만

싸움을 오래도록 이어가기 위해서는 '명랑함'이 참 중요합니다

물론 암울한 상황에 명랑함을 갖기 쉽진 않겠지만 

이를 지녀야 싸움의 대상을 절대악 혹은 적으로 규정짓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세월호 침몰이 있었던 날부터 커다란 논의가 있던 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사건 당일 언론의 잘못된 소식과 정보, 

여당의 독단적인 수습 진행과정, 

여당에 맞서겠다고 했지만 결국 그들의 편에 서게 됐던 야당,

진실을 밝히기 위한 평화적 시위와 문화제 행사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사태의 중요한 키워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생명의 거대한 상실 앞에 

우리 모두는 가슴을 쳤고 애통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곳곳에서 흐느낌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엄숙함 중에 김진열 감독과 유시민 작가가 등장했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이던 간에 

맹목적 추종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조금은 부풀었던 기대를 갖고 유작가를 만났습니다

 

 

우리와 함께 영화를 관람했던 유작가는 

조심스레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상을 말했습니다

(유작가가 했던 말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기에 그가 했던 말의 맥락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아픈 상실 앞에 우리 모두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의 상실을 바라보며 

우리도 우리에게 닥쳤던 각자의 상실들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최근 이별을 경험한 저는 상실과 애도에 관심이 많았기에

유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또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은 어떠할지 조금은,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 여러 사람들의 질문을 받고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가운데 기억에 남은 이야기를 하나 더 남겨보려고 합니다

 

 

한 사람이 이러한 내용으로 질문을 했습니다

 

"어제 2차 민중총궐기대회가 있었습니다. 

1차에 비해 집회가 평화적으로 끝마쳤습니다만, 

몇몇의 사람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집회를 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묻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얻은 것은 없고 정부가 겁주고 원하는 방식으로 집회가 마무리 된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화적 집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모든 질문에 마치 답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그는 답변을 했습니다

 

"질문하신 분은 어제 집회를 통해 무엇을 기대하셨습니까? 

경찰 버스를 뒤집고 청와대로 갔으면 뭐가 달라졌을까요?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내 잘못이 아닌데도 모든 것을 내 책임과 잘못으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지금 대통령은 우리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없습니다. 

무조건 이야기 하는 주체가 잘못 됐다 생각하지 마시고 

듣는 사람의 태도의 잘못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우리는 아주 잘 해냈습니다. 

다만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문제인 것입니다.

 

어제 경찰 버스를 뒤집고 거칠게 집회가 진행 됐다 하더라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이러한 고민과 문제가 나만의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집회 현장에 나온 사람들과 공유하면 되는 겁니다. 

 

그래서 그 힘과 위로를 갖고 자신의 삶의 자리로 돌아가 

내 주위에 있는 이들의 생각을 설득하고 바꿔내야 하는 것입니다. 

 

현대는 총칼 없는 투표전쟁의 시대입니다. 

투표로 우리의 생각과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투표에서 우리의 힘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실패할 것입니다. 

당장 상황을 바꿔야한다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도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통령과 정부가 우리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힘을 길러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유시민 작가의 대답과 질문자의 질문은 제 기억 안에서 기록된 것이기에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유작가의 생각을 지나치게 왜곡하지만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웃고 박수치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공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나와 같은 생각과 고민을 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구나, 

이런 생각 말입니다

 

유작가는 발언을 마무리하며

지금 이 곳에 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잘 살고 있는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희망 잃지 말자고 했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은 많다며

세월호 침몰 당시 베일에 감춰져버린

'대통령의 숨겨진 7시간'을 

평생을 바쳐서라도 알아낼 거라고 했습니다

 

모두 함께 웃었습니다

조금은 슬퍼하는 표정을 짓고 말입니다

 


 

이작가야

문학과 여행 그리고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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