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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사랑의 사건'은 근본적으로 우연이다

왜 그런가?
가장 기본적으로, 사랑은 외부적이고 무의미한 조우
혹은 충돌의 내면화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사랑의 사건은 근본적으로 우연적이어서
우리는 결코 그것의 발생을 예상할 수 없다.
사랑은 운명의 여신에 대한 훌륭한 예이다.
반면에 우리가 우리의 '진정한 사랑'을 만났을 때,
그것은 마치 우리가 그것을 평생 기다려온 것처럼 보인다. 

 

슬라보예 지젝, <나눌 수 없는 잔여>, 도서출판b, p.157

 

우리 삶에서 필연의 만남이 있을 수 있을까. '당신과 나는 만날 수 밖에 없었다, 당신과 나는 만나야만 했다'와 같은 말들은 얼마나 근거가 있는 말들일까.

 

아직 반려자(伴侶者)를 만나지 못했기에 사랑의 사건은 나에게 큰 관심사이다. 잡힌 듯 하면 놓쳐버리고, 놓친 듯 하지만 잡힐 듯 한 이 사랑이라는 알 수없는 녀석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당신은, 내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바로 그 사람입니까? 이러한 질문 앞에 침묵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흔히 신앙있는 남녀들의 사랑고백 속에 담긴 오해를 듣곤한다. '기도해 봤더니 하나님께서 당신이 제 짝임을 알려주시더군요.' 

 

하지만 그 고백을 들은 여성(혹은 남성)의 기도 응답이 그렇지 않았다면, 하나님은 두 분이신건가? 아니면 하나님 응답의 실수인가? 

 

이미 이러한 생각은 버린지 오래다. '이 사람이 하나님이 정해준 사람이다'라는 말은 반드시 사후적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이 고백은 연애나 결혼 전에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시간이 흐른 후에야 할 수 있는 말이다. 아니, 그 때 해야 할 말이다. 

 

지젝은 '사랑의 사건'은 근본적으로 우연적이서 우리는 그것의 발생을 결코 예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우리의 의지 이상의 것이다. 사랑은 자신이나 관계의 내면에 달린 것이 아니라 외부적인 것이고, 의미가 있어보이는, 의도가 담긴 만남보다는 무의미한 조우 혹은 충돌의 내면화를 함축하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의도는 소용이 없을 때가 많다. 

 

사람 관계에 싹트는 사랑을 예측하기란 몹시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의 사건'은 지극히 우연적이다.

 

 

이작가야

문학과 여행 그리고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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