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신앙

2015. 8. 30. 14:59Note

20150830 쓰임교회 주일설교

 

소박한 신앙

 

《마가복음 7장 1-8절》

 

1 바리새파 사람들과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율법학자 몇 사람이 예수께로 몰려왔다.
2 그들은 예수의 제자들 가운데 몇 사람이 부정한 손 곧 씻지 않은 손으로 빵을 먹는 것을 보았다.
3 바리새파 사람과 모든 유대 사람은 장로들의 전통을 지켜, 규례대로 손을 씻지 않고서는 음식을 먹지 않았으며,
4 또 시장에서 돌아오면, 몸을 정결하게 하지 않고서는 먹지 않았다.

   그 밖에도 그들이 전해 받아 지키는 규례가 많이 있었는데, 그것은 곧 잔이나 단지나 놋그릇이나 침대를 씻는 일이다.
5 그래서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 예수께 물었다. 왜 당신의 제자들은 장로들이 전하여 준 전통을 따르지 않고,

   부정한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
6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이사야가 너희 같은 위선자들을 두고 적절히 예언하였다.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 백성은 입술로는 나를 공경해도,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7 그들은 사람의 훈계를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예배한다.'
8 너희는 하나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

 


_ 여물어가는 계절의 신앙

 

오늘 쓰임교회 나오신 여러분들을 주님의 이름으로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무더웠던 여름이 어느새 물러갔습니다. 아침과 밤의 기온이 선선합니다. 입추(立秋)와 처서(處暑)마저 보낸 이 계절이 우리의 마음마저 차분하게 합니다. 봄과 여름내 공들였던 논밭의 곡식의 추수를 기다리는 이때에, 우리의 삶의 모습과 신앙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무더위 속 늘어져 있던 옷깃을 다시 여밀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_ 장로들의 전통과 예수의 새 전통

 

오늘 본문의 말씀은 우리가 잘 아는 마가복음의 말씀입니다. 장로들의 전통과 예수의 새로운 전통이 부딪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늘 예수가 눈의 가시였던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를 곤경에 빠뜨릴 기회를 맞이합니다. 그들은 예수의 제자들 가운데 몇 사람이 부정한 손 곧 씻지 않은 손으로 빵을 먹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장로들의 전통’을 내세워 예수를 비난합니다.

 

함께 읽은 본문 3-4절에 장로들의 전통이 간략히 언급되어 있습니다. 잠시 살펴보면, 먼저 바리새파 사람과 모든 유대 사람은 장로들의 전통을 지켜, 규례대로 손을 씻지 않고서는 음식을 먹지 않았습니다(3). 그리고 시장에서 돌아오면, 몸을 정결하게 하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그 밖에도 지켜야 할 규례가 많이 있었는데, 그것은 곧 잔이나 단지나 놋그릇이나 침대를 씻는 일 등이었다고 말합니다(4).

 

이 대목은 마치 청결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철저한 위생관념에 대한 이야기 같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율법을 해석해 놓은 책인 ‘미쉬나’라는 율법 해석서를 참고해야 합니다. 이 ‘미쉬나’ 안에는 율법에 관한 다양하면서도 체계적인 해석들이 들어있습니다. 그 가운데 ‘손들(야다힘)’이라는 부분을 보면 손을 깨끗이 씻기 위한 물의 양은 얼마나 되어야 하고, 그 물을 담을 수 있는 용기는 무엇이며, 그 물이 손에 어떻게 부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율법은 참 복잡하면서도 까다로워 모입니다.

 

그런데 바로 ‘미쉬나’를 통한 이러한 이해가 오늘의 본문을 해석하는 중심점이 됩니다. 아마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의 제자들이 이러한 율법을 지키지 않은 것을 빌미로 그를 비난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예수와 그의 제자들을 불경하게 여겨 심판대에 올리고자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는 당황함이나 조급함 없이 그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사야가 너희 같은 위선자들을 두고 적절히 예언하였다.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 백성은 입술로는 나를 공경해도,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훈계를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예배한다.’ 너희는 하나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6-8).”

 

_ 신앙의 본질

 

예수께서는 신앙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계셨습니다. 하나님을 참되게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셨습니다. 그것은 행위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럴듯한 말솜씨나 특별한 당위성에서 오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믿는 사람의 가난한 심령, 마음의 중심을 보시는 것이지요. 한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정황을 이해하시고 그의 동기를 살피십니다. 그러하기에 예수에게 있어서 제자들의 모습은 하나님 앞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그는 보여 지는 것 이면의 것을 볼 줄 아셨습니다.

 

_ 본(本)과 말(末)을 제 위치로

 

예수께서는 변질되어버린 하나님의 뜻을 돌려놓으려 애쓰셨습니다. 그의 사역은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애써 돌아다니며 그 일들을 진행하시지는 않았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살며 그 일들을 이루셨습니다.

 

본문을 묵상하며 신앙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앙은 눈에 보이는 크기로 그 점수가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주님이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신앙은 아주 소박한 신앙입니다. 바리새인과 율법학자들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예배를 드리는 이의 태도, 성전에 나오는 이의 옷매무새, 그의 헌금의 양과 같이 드러난 것들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예수께서는 본(本)과 말(末)이 전도된 것을 바로 잡으셨습니다. 식물의 뿌리와 잎사귀가 바뀌었다는 본말전도(本末顚倒)라는 말처럼 예수께서는 정말 중요하게 여겨야 할 율법의 귀한 가치들을 회복하기 위해 그의 삶을 바쳤습니다. 그러나 그의 방식은 전혀 거칠거나 투박하지 않았습니다.

 

_ 소박한 신앙을 찾아서

 

그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예수가 앞서 걸었던 그 길을 따라 더디고 비틀거리더라도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길에 동참한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생명이 없는 곳에 생기를 불어넣고  평화가 없는 곳에 서로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가는 것, 이런 것들이 신앙생활이 아니겠습니까?

 

이러한 일들이 더 어렵고 거창해 보일 진 모르지만 이 일들의 시작점과 끝점은 자신의 평범한 일상에 있습니다. 주위에서 만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며 삶을 경축하는데 있습니다. 너와 내가 서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사는 것,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피조물인 것을 느끼며 그들과 함께 공존하는 것. 신앙은 상식에서 벗어나기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경험하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은 (교회 문 안과 밖을 넘어) 모두 하늘에 잇대어 사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성찰하기 좋은 이 계절에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는 시간을 충분히 누리시기 바랍니다. 늘 우리에게 평범하고 소박한 일들을 통해 일하시는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들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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