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1일 수요일
"그가 제아무리 헌신적으로 타자의 목소리를 받아들인다 해도 그의 시가 아름답지 않다면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고 존경하기만 했을 것이다. (...) 시는 세계와 싸울 때조차도, 아름다움을 위해, 아름다움과 함께 싸워야 한다." 좋아하는 것과 존경하는 것을 구분 짓는 이 표현이 맘에 든다. 좋아하는 사람을 존경할 수 있다. 하지만 존경만 하는 사람을 좋아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미술관에 가서 작품들을 보다가 지루함을 느낄 때가 언제냐 하면 작품들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할 때이다(물론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보지 못한 내 무지가 가장 큰 문제다). 하지만 어떤 여행지를 가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옷을 보며 그것이 좋고 흥미가 생길 때를 돌아보면 대부분 그것들에서 아름다운 무언가를 느끼곤 했었다. 제아무리 좋은 시라도 생기나 유쾌함 없이 무겁기만 하다면 내 인내심은 금세 바닥나고 만다. 아름다움은 우리의 눈을 멀게도 하지만 무거운 삶을 가볍게 하는 귀한 매개체가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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