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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사진이 건넨 인연

코너룸(Corner Room)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최근 생애 첫 카메라를 장만했는데, 구매 과정은 매우 충동적이며 즉흥적이었다. 하지만 잘 나가는 대표 브랜드를 마다하고 조금은 변방의 카메라를 장만하게 된 것은 다분히 <효리네 민박> 때문이었다. <효리네 민박> 1편에서 이효리가 찍고 그녀가 찍힌 사진들이 내가 원하는 사진의 결과물들이었다. 사진을 무작정 잘 찍고 싶은 욕망보다 내가 원하는 느낌의 사진을 찍고 싶었고 이 마음이 곧 루믹스Lumix gx9과 20mm 단렌즈 조합을 사게 만들었다. 일상을 필름 감성의 느낌으로 담고 싶었다. 

 

물론 카메라 구매기를 쓰려는 것은 아니다. 요즘, 출근을 하거나 지인을 만날 일이 생기면 무조건 카메라를 챙겨 나간다. 실력이 없다면 연습만이 답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어디든 가리지 않고 사소한 순간이라도 담고자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성수동 한 책방을 향해 가다 좋은 느낌의 식당을 발견했다. 작은 창가에서 사람들이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참 따뜻해 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불편해 하지 않는 선에서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었다. 조용한 주택가에 있던 빨간 벽돌의 식당은 성수동과 무척 잘 어울려 보였다. 

 

찍은 사진들을 소비할 길이 없어 인스타나 블로그에 하나, 둘씩 올렸다. 하루가 지나고 개인 인스타에 그 빨간 벽돌 식당 사진을 올렸고 가본적도 없는 그 식당 이름을 찾아내 태그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DM이 왔다. 식당 사장님 중 한 분이셨던 것 같다. 순간, 허락도 없이 이런 사진을 올리면 안 되는 건가, 라는 생각에 약간은 긴장한 채로 DM을 확인했다. 그러나 내용은 정반대였다. 사장님께서는 사진이 마음에 든다며, 나중에 본인 식당 홈페이지 제작 때 쓸 수 있겠냐며 조심스레 원본 사진을 요청한 것이다. 사진을 막 찍기 시작한 사람으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고민할 것도 없이 원본 사진을 보내드리기로 했고 잘 써주신다면 내가 오히려 기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사장님께서는 식당에 올 일이 있으면 와인 한 병을 대접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기분 좋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와인도 대접 받을 겸, 매상도 올려 드릴 겸 곧 가봐야겠다. 우연이 필연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었으며 약간의 용기를 필요로 했다. 

 


 

이작가야

문학과 여행 그리고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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