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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사랑했던 기억

 

 

사랑했던 기억은 불현듯 찾아온다. 그리고 그 기억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다. 지난 사랑에 관한 기억은 많이 잊혔지만,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그날의 기억들은 나를 두렵게 만든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의 두 주인공은 서로 사랑했지만 헤어져야 했던 이별의 고통을 잊고자 사랑했던 기억을 지운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기억은 이미 지워졌어도 사랑했던 순간의 감각들로 인해 다시 만나게 된다. 몸에 새겨진 흔적들은 기억을 넘어 그들의 몸에 아로새겨져 있었다. 

 

일본 문학가 엔도 슈사쿠도 이 같은 맥락에서 심리와 기억에 관해 설명했다.

 

인간은 심리만이 아닙니다.
심리의 깊숙한 곳이나 배후에 뒤엉키고 질척질척한 무의식이 있고,
거기에 다양한 심리나 기억이 경계도 없이 뒤얽혀 있습니다.
게다가 인간에게는 어쩌면 무의식 밑에 더욱 깊은 내면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표현이 없으니 그것을 '혼'이라고 불러도 좋을지 모르지만,
아마도 그 무의식을 넘어선 내면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진정으로 인간을 그린다면 거기까지 그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엔도 슈사쿠, <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 포이에마, p.53) 

 

물론 위 글은 인간의 내면을 다루는 소설에 관한 생각이지만, 그도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이 보여준 바와 같이 사람의 심리란 '뒤엉키고 질척질척한 무의식이 경계도 없이 뒤얽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했던 기억. 헤어졌다는 것은 이미 서로 어긋나는 과정을 지나왔다는 말이고, 어긋남의 고통은 우리의 다양한 감각에 번져있을 수밖에 없다. 다시 생각해 본다. 기억을 지운 두 주인공이 다시 만날 수밖에 없었던 건 기억 저편에 숨겨진 '감정' 때문인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는 '대상' 때문이었는지를 말이다.

 

인간의 감정과 특정 대상에게 끌리는 본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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