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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플래툰 쿤스트할레] 슬라보예 지젝을 만나고

2013년 9월 25일(수) 플래툰 쿤스트할레 _ the zizek / badiou event of philosophy

슬라보예 지젝을 만나다 "멈춰라 생각하라"

 

 

그동안 인문학 모임을 통해 책으로만 만나왔던 이를 드디어 청담동에서 만났다. 외국인을 포함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강연장은 만원이었다. 이쪽 저쪽 다양한 분야를 찔러가며 어렵게 어렵게 글을 써나가던 이의 말솜씨는 어떠할지 몹시 궁금했다. 그는 타고난 글꾼이며 또한 말꾼일지 기대가 됐다. 인문학의 오랜 벗, 성공회 신학과 출신의 광민과 감신 후배 연진이와 그곳을 방문했다. 

 

옛부터 교회에서 은혜 받는 자리는 앞자리라고 했던가! 우리 셋은 지젝 선생 앞과 옆에 자리잡아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과 같이 빨간 냄새 풍기는 사람이 한국이라는 땅에, 그것도 강남의 한 곳에 와서 이런 강연을 한다는 것을 매우 흥미로워했다. 그는 지금의 이 암울한 시대를 냉소주의자들이 만들었다고 말하며 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부터 그가 했던 이야기를 두서없이 적어보려 한다. 

 

_ 지금의 시대는 개인이 곧 기업이다. 개인의 투자는 곧 기업의 투자가 된다.

_ 니체는 '인간은 부채를 갚을 수 있는 동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사회에 빚진 우리는 그에 따라 행위를 하게 된다.  조금 어려운 말로 이것을 '부채의 도덕적 계보'라고 한다. 

_ 알튀세르는 다음을 가리켜 '이데올로기'라고 말했다. 먼저 우리는 사회에 대한 불평을 하게 된다. 그러면 사회는 우리에게 이렇게 되묻는다. "그렇게 말하는 너는 뭐하고 살았냐? 너는 뭐했냐?"라고. 그러면 우리는 자연스레 자신의 책임과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 알튀세르는 우리가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불평하지 못하게 하는 이 시대를 가리켜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라고 말했다. 나도 잘못을 했기에 더 '큰' 질문을 하지 못하게 하는 그것. 이것이 이데올로기다. 

_ 자선(Donation)은 식민주의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해결하려고 한다. 

_ 혁명(Revolution)에서 중요한 것은 혁명이 일어난 다음 날 무엇을 하느냐이다. 

_ 확실한 '편 가르기'가 필요하다. 더 큰 지도자가 필요하다. 편을 가르는 지도자말이다. 무슨 말이냐면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자들'과 '새로운 질서를 필요로 하는 자들' 사이에 편을 나누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재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제시할 수 있는 New Master가 필요하다. 

_ 자유로운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Master가 필요하다. 새로운 '주인상'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야 관성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를 말할 수 있는 Master가 필요하다. 

_ 내 결론은 헤겔의 논리에 근거한 것이다. 그의 권리에 대한 철학이 굉장히 중요하다. 긴급상황이 되었을 때 우리에게는 '위급권'이 필요하다. '손상입은 자의 권리'말이다. 내가 부채가 있더라도 내 생존을 위한 내 자원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부채가 아무리 많더라도 생존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기의 보존을 위해서 말이다. '기본적인 법적 권리'가 다른 법보다 우선된다. 헤겔은 누군가의 생명이 위협당할 때, 다른 이의 범위를 침범해도 된다고 말한다. 이 말은 자신의 권리를 박탈하지 말라는 것이다. "당신은 저항할 권리가 있으니 실천하라" 이런 말 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_ 우리 사회는 계급자체가 익명의 프로세서(Process)를 통해 만들어지는데 '저항'은 정당할 때 쓰일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대는 옳고 그름의 경계가, 선한 것과 악한 것의 경계가 지금보다 더 모호해질 것이다. 내가 선의 길에 서서 옳은 일만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돌아서보면 전혀 다른 길에 서 있던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대체 우리의 길은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하며,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우리의 삶은 참으로 곤란한 질문 앞에 서 있다. 그래서 큰 틀에서 사고하는 정신으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그 정신들 중의 하나가 지젝이다. 그는 전 세계의 흐름을 주목하고 있고, 그 흐름에 틈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책과 강연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의 천재성은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 데에서 나타난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다시 한번 전복시킨다. 그리고 그 질문 앞에 우리를 세워두고 대답하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그 앞에 침묵하거나 중언부언 할 때가 많다. 물론 그렇다고 말을 아끼라는 것은 아니다. 

 

그는 새로운 주인, New Master가 등장하기를 주장한다. 강연 중 질문자의 말에 새로운 주인은 북한의 김정은 같은 사람은 절대 아니라고 웃으며 말하긴 했지만, 그가 말하는 새로운 지도자는 기존의 질서가 아닌 새로운 질서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확실한 선 가르기를 통하여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을 가능케하려는 그런 지도자 말이다. 이는 마치 성서에서 말하는 "네가 이렇게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으니, 나는 너를 내 입에서 뱉어버리겠다(계 3:16, 새번역)."는 말씀을 연상케 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알튀세르를 인용한 이데올로기 부분이다. 우리가 마땅히 사회의 부조리와 문제들에게 대해 저항하고 불평하는 것은 옳다고 말한다.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 반드시 반작용의 질문이 되돌아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항하라는 것이다. 우리의 정신을 작아지게 만드는 사회, 우리를 자꾸 죄의식 속으로 가두는 사회에 저항하라는 것이다. 더 '큰' 질문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이작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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