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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에세이] 산다는 건 고독한 것이다 눈을 떴다. 혼자인 것 같았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람들이 모른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표현하지 않은 마음을 사람들이 알아채 주길 바랐던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말해질 수 없는 마음들이 있다. 하지만 산다는 건 원래 고독한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다는 건 원래부터 고독을 끌어안고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불안했던 마음이 잠잠해지는 걸 느꼈다. 신비한 경험이다. 생각을 달리하자 다른 마음이 위로를 건넨 것이다. 세상은 고독한 존재들의 총집합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우리는, 서로 고독하다. 말해질 수 없는 마음들을 안고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신비는 고독은 다른 이의 고독과 마주할 때 눈 녹듯 사라진다는 것이다. 고독의 신비이자 삶의 .. 더보기
[에세이] 자기라는 감옥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바라봐주기를 바랐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내게 말을 건네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가 먼저 손 내밀기 전에는 누군가 나를 먼저 바라봐주기는 쉽지가 않다 상대는 내 상태를 모르기 때문이다 혹은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지 않거나 표현하지 않으면 내게 말을 건네 달라 손 내밀지 않으면 한 명의 사람이든 여러 명의 사람이든 내 속내를 알 수 없는 법 짐작은 할 수 있지만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이 사실을 이제는 앎에도 불구하고 난 어찌하여 지금 고립된 거 같다고 그래서 내 마음에 귀 기울여주고 손 내밀어달라 선뜻 말하지 못하는가 자존심 문제인가 아님, 아이같은 마음이 문제인가 사내의 심보라 그러한가 내가 내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잘 표현하지 않는 순간 나는 또다시 고립에 빠져들게 된다 반복되는 패.. 더보기
[에세이] 이방인이 될 용기 케이가 고백을 한다. "좋아합니다. 제가 당신을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 그리고 더듬거리며 용기를 내 사귀자고 말한다. 수화기 너머 크림의 답이 들려온다. "아직, 누굴 만날 생각이 없어요." 케이는 거절을 당했다. 돌아선 그는 목석처럼 굳어버린 듯하다. 더 나아가야 할까 아니면 물러서야 할까. 애매한 거절에 애매한 상황이 펼쳐졌다. 솔직함! 그게 뭐지? 솔직함은 좋은 걸까 아니면 나쁜 걸까? 나쁘다면 왜 나쁜 거지? 예의를 갖춘 '적절한' 거절이나 호응은 훌륭한 인간관계의 처세술이 맞나? 케이는 우연히 길을 걷다 카뮈의 책 을 줍는다. 집으로 향하는 길목과 지하철에서 무심히 읽다 보니 '뭐 이런 인물이 다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난해하다. 난해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책 우연이 곧 표지임을 안 .. 더보기
[쓰임 Note] 내 고백이 있는가? 20170827 쓰임교회 주일설교 내 고백이 있는가? 13. 예수께서 빌립보의 가이사랴 지방에 이르러서, 제자들에게 물으셨다. "사람들이 인자를 누구라고 하느냐?" 14.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엘리야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예레미야나 예언자들 가운데에 한 분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15. 예수께서 그들에게 물으셨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16. 시몬 베드로가 대답하였다.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십니다." 17.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시몬 바요나야, 너는 복이 있다. 너에게 이것을 알려 주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시다. 18. 나도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다. 나는 이 반석 위에.. 더보기
[책] 도로시 데이 "고백"을 읽고 1 "전통은 시간을 통해서 연장된 민주주의다. 전통은 모든 계층 가운데서도 가장 어두운 곳에 있는 이들, 곧 우리 조상들에게 투표권을 준다는 뜻이다. 전통은 죽은 자들의 민주주의다. 전통은 살아서 걸어 다니는 자들의 편협하고 거만한 소수독재에 굴복하기를 거부한다." G.K.체스터턴Chesterton의 말이다. p32 그들은 믿었는가? 무엇을 믿었는가? 우리는 결코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행복한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겠는가? 전도자는 말했다. "이것 하나만은 깨달았다. 하나님은 사람을 단순하게 만드셨는데 사람들은 공연히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p32 어찌되었건, 누구나 제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드러내야 한다. 나는 언제나 우리 인간의 그 근본적인 열망을 느꼈다. 그렇게 인간의 가슴에는 서로 교감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