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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

[에세이] 슬픈 인간 인간은 불쌍한 존재다. 인간은 자연과의 투쟁에서 육체적으로는 이길 수 없었기에 이성을 발달시킨다. 이성의 발달은 곧 문명을 발전시켰고, 이 문명은 인간 세계에 합리성을 창조했다. 이 합리성이 실력을 발휘하려면 인간 내부에 있는 자연, 즉 '내부 자연'을 억압해야 했다. 인간에게는 외적 자연과 내부 자연이 있다. 외적 자연은 순수 자연 그 자체이다. 인간은 이 외적 자연과 끊임없이 싸워 문명을 이룩했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내부 자연이 있다. 욕망, 정념, 정서와 같은 것들. 인간은 외적 자연과 더불어 인간의 원초적 고유성인 이러한 내적 자연 또한 억압하게 된다. 인간의 합리성이 결국 승리를 거둔다. 그러나 억압은 늘 돌아오는 법. 승리를 거둔 인간은 이 합리성으로 자연을 지배한다. 하지만 합리성 속에 공포.. 더보기
[에세이] 늘 국가비상사태였다 ​ 좋은 책 중에 어떤 책은 쉽게 읽히다가 가끔 걸리는 문장들이 드러나고, 또 어떤 책은 거의 모든 문장마다 읽히지 않아 진도가 늦어진다. 글의 종류에 따라 그 길이도 달라지겠지만, 2-3 페이지의 짧은 글이지만 각 문단과 문장의 가시에 걸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책이 있다. 정희진의 책이 그러하다. 평소 주위 사람들도 그녀의 글을 두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쉽게 읽히는 것은 속임수'라는 듯 그 말들을 웃어 넘긴다. 이 글을 남기게 된 동기는 그녀가 발터 베냐민의 책을 인용하며 했던 이야기 때문이다. 지금 멘붕(!)에 빠진 나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내 생각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것 같았다. 최근 많은 대학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국회는 국가비상사태를 맞이한 듯 정신이 없다. .. 더보기
[에세이] 요즘, 내 생각에 응원을 받다 보고 싶은 것이나 듣고 싶은 것이 있으면 혼자라도 찾아가는 요즘이다. 이름만 알던 강남순 교수님과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맺었고 한국에서 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 나의 '사유의 틀'을 제공했던 인문학 강좌라 관심이 있었고, 무엇보다 무료강좌라서 더 좋았다는 것은 안비밀이다. 강연 제목은 이었다. 그렇게 당산역 근처 새물결 아카데미 북카페에서 진행하는 강좌를 들으러 갔었다. 처음 가본 새물결 아카데미 북카페는 아담하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공간이었다. 그곳은 이미 4-50명에 가까운 많은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고놀란 것은 친하게 지내던 대학 후배도 와 있었다는 사실 아무튼 그렇게 한번 뵙고 싶던 강교수님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약간의 기록을 하며강연을 들었고 그 가운데 몇 가지의 기록들을 남겨볼까한다. .. 더보기
[에세이] 가을 교회 앞에도 가을이 왔다엇그제부터 내리던 비 때문인지 노란 낙엽이 인도를 가득 덮었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처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정신을 가지면 좋으련만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주중엔 카페 일을 했고 주말에는 교회에서 아이들과 만났다그리고 매주 하루이상 사랑하는 이와 만났다 맡은 일이 여러 가지였기에 돈이 유입되는 경로도 다양했다일주일은 꽉 찬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카페 일도 그만두고 사람이 가득하던 교회도 나왔다그리고 사랑하던 이도 내 옆에 없다단독을 나오고 나니 돈이 유입되는 경로도 끊겼다일주일에 빈공간이 가득하다 누군가 지금의 나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텅빈 교회의 공간을 고독과 가을냄새로 채우는 중이라고 하면 답이 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