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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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 Note] 제주를 걸으며 마주한 고독
20170409 쓰임교회 주일설교 제주를 걸으며 마주한 고독 23.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니,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할 것이다." 하신 말씀을 이루려고 하신 것이다.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올레길을 걷다 빛으로 오신 주님의 사랑이 이곳에 모인 모든 분들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저는 이번 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작년부터 혼자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4코스와 5코스를 역방향으로 걸었습니다. 두 개의 올레길을 걸으며 그리고 3박4일의 여정동안 느꼈던 짧은 단상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눠볼까 합니다. 사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고독할 줄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부딪힌 고독감은 더 깊었습니다...
2017.04.09 -
[에세이] 내 보폭으로 걷는 인생
오늘 제주의 하루는 어제와는 다른 그런 날이었다. 그래서 고되고 의미있었다. 포기하고 싶었다. 젖은 신발을 그대로 신고 걷느라 오른쪽 발에 큰 물집이 잡혔다. 그래도 걸었다. 그 상태로 20키로 이상 더 걸었다.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도 없는 이 상황에서 걷고 또 걸었다. 순전히 내가 걸을 수 있는 나만의 템포로 걸었다. 나와의 싸움이었다. 삶이 이러하지 않던가. 누군가의 기대 때문에 내 보폭대로 걷지 못해 힘겨워했던 나날이 그 얼마나 많았던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몰아붙였던 수많은 나날들. 그래서 홀로 걷는 건 의미가 있었다. 내 안의 법을 세워 멈추고 나아갈 때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 삶에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판단 주체를 깨닫는다. '나'이면서 '신'의 음성이기도 한 이것을 발에 새겨..
2017.04.07 -
[에세이] 목사, 참 사람이 되고 싶다
목사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증명될까. 갑자기 생각이 거기에 머물렀다. 현재 몸 담고 있는 교단의 정년 은퇴는 70세이다. 은퇴한 목사라. 70세가 되어 은퇴를 하고 나면 그 때부턴 목사가 아니란 말일까. 그 때부턴 무엇으로 존재가 증명될까. 궁금해졌다. 몇 년 동안, 교회 안과 밖의 경계선을 걷고 있어 그런지 목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따라 다닌다. 잠시 생각해 본다. 무엇이 먼저일까. 목사로의 '나'가 먼저일까, '나'로서의 목사가 먼저일까. 아님 이런 생각 자체가 조삼모사일 뿐인걸까. 나름 가깝게 지내는 목사님들 가운데 참 좋아하는 40대, 50대, 60대 목사님들이 계신다. 그분들은 적어도 후배의 질문에 뻔한 답을 내려주시지 않는다. 오히려 몇 가지의 질문 거리를 더 안겨주신다. 그분들..
2017.01.05 -
[에세이] 광장의 조증, 삶의 울증
"우리는 광장의 조증과 삶의 울증을 반복하고 있다." 이 말을 전혀 다른 자리에서 반복해 들었다. 한번은 청파교회 주일설교를 통해서였고 다른 한번은 팟캐스트 공개방송에서였다. 김목사님께서 설교 중 인용한 이 글귀가 종일 머릿속에 맴돌고 있던 터라 공개방송에서 은수미 전의원이 무심코 내뱉은 이 말을 그냥 흘려 넘길 수 없었다. 위 글귀의 전문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우리는 광장의 조증과 삶의 울증을 반복하고 있다. 삶의 울증이 심각할수록 현장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광장의 조증을 갈망한다. 삶의 울증과 광장의 조증 사이의 간격이 넓을수록 광장을 대신하는 정치의 공간에서 대중의 인기를 끄는 자는 두테르테나 트럼프 같은 정치인이다. 그들은 마치 콜로세움의 검투사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그 사냥과 검투의 스펙터..
2016.12.29 -
[에세이] 삶의 현존
얼마 전, 평생 남의 빨래를 하며 살아야 하는 도비왈라에 대한 생각을 기록했었다. 당시 나는 그들의 삶이 고달프고 억울해 보인다는 이유로 분노와 슬픔을 느꼈다. 마치 어떤 거룩한 정의감에 사로잡힌 듯 말이다. 그러나 인도의 예수회 신부인 앤소니 드 멜로(토니)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 관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콜카타에서 만난 한 인력거꾼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인력거를 끌기 시작하면 이 가난한 사람들은 10년에서 12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한다. 결핵 때문이다. 그 인력거꾼은 두개골을 고작 10달러 정도에 매매하는 불법 행위 단체에게 죽음 이후 삶마저 넘겨준 상태였다. 더구나 그에게는 아내와 자식도 있었다. 토니는 그에게 “당신의 미래와 자식들의 미래에 대해 실망스럽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2016.10.26 -
[에세이] 삶이란 배움터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사람은 앎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물론 그 욕구의 동기는 다양할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존재를 뒤흔드는 일의 발생 이후가 가장 강렬히 앎을 원하는 순간 아닐까. 토대를 흔드는 어떤 일을 겪게 되고 점차 시간이 흘러 마음의 흥분이 가라앉고 나면 사람은 자신에게 발생한 사건을 두고 이리저리 생각해 보게 된다. 어릴 적부터 개신교에서 성장해 온 터라 천주교와 불교는 늘 적대의 대상이었다.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얼굴이 너무나 붉어진다. 이웃 종교에게 죄송하고 미안할 따름이다. 하지만 어떤 배경과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다보면 내가 보고 느낀 세상만이 전부라고 여기게 된다. 정서가 그렇게 자리 잡혔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신이 위대한 사람도 정서가 뒤죽박죽인 곳에서 사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201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