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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주의 하루는 어제와는 다른 그런 날이었다. 그래서 고되고 의미있었다.
포기하고 싶었다. 젖은 신발을 그대로 신고 걷느라 오른쪽 발에 큰 물집이 잡혔다. 그래도 걸었다. 그 상태로 20키로 이상 더 걸었다.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도 없는 이 상황에서 걷고 또 걸었다. 순전히 내가 걸을 수 있는 나만의 템포로 걸었다.
나와의 싸움이었다. 삶이 이러하지 않던가. 누군가의 기대 때문에 내 보폭대로 걷지 못해 힘겨워했던 나날이 그 얼마나 많았던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몰아붙였던 수많은 나날들.
그래서 홀로 걷는 건 의미가 있었다. 내 안의 법을 세워 멈추고 나아갈 때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 삶에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판단 주체를 깨닫는다. '나'이면서 '신'의 음성이기도 한 이것을 발에 새겨진 물집처럼 기억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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