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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에세이] 시간은 흐른다 시간이 흐르고 삶이 변한다는 사실은 멈춰 서서 과거의 시간을 돌아볼 때에라야 깨달아진다. 월요일 늦은 오후. 약속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자주 가던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안에 머물며 변하지 않는 시간에 관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걱정에 가까운 생각들. 이렇다 할 문제없이 편안하고 적적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위태로운 고요함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존재에 대한 불만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 길었던 단독의 시간. 누구 하나 부담을 주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갈피를 잡지 못해 불안하고 후회하기를 반복했던 시간들. 그날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이렇게 지내도 되는 걸까? 주어진 시간에 충분히 깃들지 못하고 낙오되지는 않을까 늘 전전긍긍했던 시간들. 그 길었던 5년의 시간이 끝이 났다. .. 더보기
[에세이] 여행이란 “관상이란 낯익은 것들을 낯선 눈으로 다시 보는 데서 발생한다. 이를 위해 때때로 우린 일상을 벗어나 있을 필요가 있는데,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서다. 도시에 살 때 특별하지 않았던 사소한 사물마저도 시골에 와서 살다보면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으로 남기도 한다.” ‘서울이 맞나?’ 가끔 어떤 지하철역에 내리면 이런 생각이 든다. 물론 서울의 모든 역을 가 본 건 아니지만 어떤 지하철은 내리면 꼭 서울이 아닌 듯 한 느낌을 준다. 다른 역에 비해 유동인구가 적거나 시야가 트여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 그런 역에 가만히 서 있자니 낯선 동네에 와 있는 기분이다. 막 산티아고 순례를 마치고 온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다. 순례의 여운을 가슴 가득 채워온 그녀는 더 먼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해야 할 지 .. 더보기
[에세이] 내 보폭으로 걷는 인생 ​ 오늘 제주의 하루는 어제와는 다른 그런 날이었다. 그래서 고되고 의미있었다. 포기하고 싶었다. 젖은 신발을 그대로 신고 걷느라 오른쪽 발에 큰 물집이 잡혔다. 그래도 걸었다. 그 상태로 20키로 이상 더 걸었다.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도 없는 이 상황에서 걷고 또 걸었다. 순전히 내가 걸을 수 있는 나만의 템포로 걸었다. ​나와의 싸움이었다. 삶이 이러하지 않던가. 누군가의 기대 때문에 내 보폭대로 걷지 못해 힘겨워했던 나날이 그 얼마나 많았던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몰아붙였던 수많은 나날들. 그래서 홀로 걷는 건 의미가 있었다. 내 안의 법을 세워 멈추고 나아갈 때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 삶에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판단 주체를 깨닫는다. '나'이면서 '신'의 음성이기도 한 이것을 발에 새겨.. 더보기
[에세이] 청춘 청춘의 한 문장을 남겨볼까 한다, 조금은 서글프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소설가 김연수씨는 에서 '청춘'을 일러 이렇게 표현했다. "인생의 정거장 같은 나이. 늘 누군가를 새로 만나고 또 떠나보내는 데 익숙해져야만 하는 나이. 옛 가족은 떠났으나 새 가족은 이루지 못한 나이. 그 누구와도 가족처럼 지낼 수 있으나 다음 날이면 남남처럼 헤어질 수 있는 나이. 그래서인지 우리는 금방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친해질 수 있었다." 몇 해 전, 청년들을 대표한 기도 자리에서 이 글귀에 마음을 담아 기도했던 기억이 난다. 12월이 지닌 양면성 때문이었을까, 성탄의 절기에 이 글귀의 부활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12월은 정신을 집중하며 지내려고 무지 애쓰는 아주 골치 아픈 달이다. 12월의 생일과 크리스마스,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