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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사람

말씀살롱 2025. 2. 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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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16일 일요일 / 떠드는 아이들 사이에서 글쓰는 중 

 

"고독하고 말없는 사람이 관찰한 사건들은 사교적인 사람의 그것보다 더 모호한 듯하면서 동시에 한층 집요한 데가 있다. 그런 사람의 생각들은 더 무겁고 더 묘하면서 항상 일말의 슬픔을 지니고 있다. 한번의 눈길이나 웃음, 대화로 쉽게 넘어 갈 수 있는 광경이나 지각들조차 지나치게 신경쓰게 하고, 끝내 그의 침묵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가서는 중요한 체험과 모험과 감정들로 남는다. 고독은 본질적인 것, 과감하고 낯선 아름다움, 그리고 시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고독은 또한 역설 불균형, 그리고 부조리하고 금지된 것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 도중에 보았던 현상들, 그러니까 애인에 관해서 헛소리를 해 대던 볼썽사나운 멋쟁이 늙은이와, 뱃삯을 속이려 한 무허가 곤돌라 사공 따위가 아직까지도 이 여행객의 기분을 뒤흔들고 있었다. 이성적 사고에 어떤 어려움을 주지도 않고, 사실상 깊이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 주지도 않지만 그 모든 것들이 그 자체로 이상야릇했다. 어쩌면 바로 이러한 모순 때문에 마음이 불안한지도 몰랐다." (토마스 만, <베네치아에서 죽다>, 박동자 옮김, 민음사, 2023, p.47-48) 

 

조용한 사람은 그의 마음속까지 조용할 거라고 생각한다. 조용한 사람은 안다. 자신의 내면은 늘 부유하는 배 같다는 사실을. 고독하고 말 없는 사람은 소심한 구석이 있다. 그래서 그 소심함이 집요함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는 특히 자연과 사람과 관계된 작은 일에도 크게 반응한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모든 일은 내면에서 일어난다. 토마스 만은 고독하고 말 없는 사람을 긍정하는데, 이 조용한 사람은 허투루 넘기는 것이 거의 없기에 자기 내면에 남긴 흔적을 통해 '본질적인 것, 과감하고 낯선 아름다움, 그리고 시'를 만들어 낸다. 고독한 사람은 세상을 풍요롭게 만든다. 그러나 그 반대의 일도 일어난다. 고독하고 말 없는 사람은 '역설 불균형 그리고 부조리하고 금지된 것'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에게는 정의 내리기 어려운 태고의 영혼이 자리 잡고 있기에 그 영혼이 조용한 사람을 미지와 모험의 시간으로 데려간다. 사람은 누구나 다면적 존재이지만 '고독하고 말 없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자기 안에서 훨씬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끄집어내며 산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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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에서 죽다
한 번뿐인 일탈을 감행한다. 그렇다면 이제 떠나야 한다, 예전의 모든 것들과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 아셴바흐는 우연 같은 필연의 노예가 되어 불길한 습기와 육욕을 충동질하는 태양과 까마득한 피안을 동경하게 하는 바다로 가득한 베네치아로 향한다. 처음 그는 베네치아의 속물적 분위기에 악취를 느끼지만 차츰 그 타락한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식사를 기다리며 한 폴란드인 가족을 유심히 관찰하던 아셴바흐는 타치오라는 아름다운 소년을
저자
토마스 만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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