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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파 Note

[청파 Note / 1부] 그래도 함께 살아가자

20130825 청파교회 1부 예배 설교

 

그래도 함께 살아가자

 

<누가복음 17장 20-21절>

 

20. 바리새파 사람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언제 오느냐고 물으니,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을 하셨다. “하나님의 나라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21. 또 ‘보아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하고 말할 수도 없다. 보아라,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어느 책방 겸 카페에서

여름과 겨울의 이중성

 

저는 여름과 겨울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여름과 겨울이 빨리 지나가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교회학교나 청년부를 담당하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여름과 겨울에 가장 바쁩니다. 성경학교와 수련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교회에서 유초등부를 담당할 때에는 집에 못 들어갈 때도 여럿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결혼을 했었다면 사랑하는 아내에게 ‘정말 못할 짓이었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아, 하나님이 이래서 아직 나를 홀로 내버려 두시는 거구나.’라는 자기합리화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고된 준비기간을 거쳐 성경학교와 수련회 기간을 보내고 나면 끝났다는 홀가분함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귀한 것은 ‘가까워진 관계’였습니다. 우리 서로가 하나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한다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성경학교와 수련회

 

저희 중고등부는 8월 초 강화로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다른 교회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연합수련회로 다녀왔습니다. 모든 수련회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평가가 있겠지만, 저는 연합수련회였기에 가능했던 몇 가지 긍정적인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큰 만족을 주지 못했던 숙소시설 속에서 남자친구들은 그들만의 생존을 위한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상시, 교회에 그냥 내버려두면 ‘소 닭 보듯이’ 쳐다보던 고학년생과 저 학년생들이 서로 뭉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끼리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멤버십으로 울타리를 쳐버린 ‘주희, 가원, 서영’ 삼총사도 있긴 했지만, 여자 친구들도 학년을 불문하고 서로 가까워지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관계들이 다시 어색해져도 괜찮습니다. 직접 겪었던 경험들이 정말 중요합니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배웠던 삶의 귀한 가치들을 우리 아이들은 배운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와 ‘인자의 날’

 

오늘 본문말씀은 누가복음 17장20-21절 말씀인데, 이 말씀은 이어서 나오는 22-37절까지의 말씀과 함께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함께 살펴볼 20-21절 말씀은 ‘하나님 나라’를 다루고 있고, 22-37절은 ‘인자의 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의 날’을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바리새인들에게 주어진 말씀인 오늘 본문은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땅위에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에 대한 선포입니다. 이어지는 말씀은 ‘인자, 예수님 날의 미래성’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와 준비에 대한 선포입니다.

 

마치 병행되어 보이는 두 본문은 우리 삶에 중요한 의미를 줍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가져야할 신앙의 핵심이 담겨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이 땅위에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를 기대하며 살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신앙인들은 하늘에서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만을 기대하며 살아왔습니다. 물론 그 신앙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 또한 우리가 마땅히 기대하며 살아가야 할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바리새파 사람들이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도대체 하나님 나라는 언제 오느냐고.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대답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여기에 있다, 저기에 있다’하고 말할 수도 없다. 보아라,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사실 이 땅위에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라면 우리 눈으로 당연히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왜일까요? 우리의 눈은 자신이 보고 싶은 방식으로만 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의 눈은 객관적일 수 없고, 올바로 볼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이런 눈을 가진 사람이 보는 하나님의 나라는 진정한 의미에서 하나님 나라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 나라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일까요? 바로 다음 구절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이번 수련회를 통해서 중고등부 친구들은 다양한 성경의 해석본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예전부터 가장 많이 읽혔던 ‘개역개정’ 성경을 보면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라고 되어 있습니다. ‘~안에’라고 번역된 헬라어는 '엔토스(entos)'인데, 이것은 ‘~가운데(among)’라는 뜻과 '~안에(within)'라는 두 가지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우리 마음 속 하나님 나라를 일컫는 '~안에(within)'라는 해석보다 '~가운데(among)'로 해석하는 것이 옳습니다. 관계적인 측면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현실 한가운데 임한다는 말인 것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는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너무 단순해서 무시하고 넘어갔던 삶의 모습들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들을 향해 그렇게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더불어 산다는 것의 어려움

 

하지만 우리들 가운데 펼쳐질 하나님 나라를 기대하며, 이를 온전히 이루며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치는 관계들은 늘 불완전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가복음 9장 46-48절을 보면 열두 제자들 가운데 갈등이 생겼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기들 가운데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다툼이 일어났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매일같이 먹고 마셨던 제자들 가운데에도 이런 사소한 문제는 늘 있어왔습니다. 예수님과 가장 가까웠던 공동체마저도 갈등은 있었던 것입니다.

 

몇 해 전부터 우리교회 청년들은 함께 땀 흘리는 시간도 자주 갖게 되었고, 또 모이기에 힘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소수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긴 했지만, 평생 지금처럼 하나의 공동체 생활을 하면 좋겠다는 말이 들려왔습니다. 물론 당장 실현 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저도 그 이야기에 마음으로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려가 되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다 잘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만을 가지고 함께 산다는 것은 반드시 문제에 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 그 어디에도 완전한 공동체는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완전을 향해 나아갈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 본문 다음에 나오는 22절 후반부의 말씀입니다. ‘인자의 날, 즉 하나님 아들의 날’에 대한 기대성입니다. 우리가 이 땅위에 실현될 하나님 나라를 기대하며 삶으로 살아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걷다보면 휘청거리거나 넘어질 때가 많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우리는 좌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하늘의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땅의 현실에 매몰되어 좌절만 할 것이 아니라, 심호흡을 크게 한번하고 머리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의 때, 인자의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개념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야 합니다.

 

수도 공동체를 위한 규칙서: 기도, 공부, 노동

 

지금 여러분들의 삶은 지루할 만큼 단조롭다고 생각되십니까, 아니면 복잡하다고 생각되십니까? 물론 우리 중고등부 학생들은 아주 단순한 패턴의 삶을 살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의 삶은 너무 복잡하게 되어있습니다. 삶이 단순해지기를 바라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끊어내야 할지 참 막막합니다.

 

얼마 전, 작은 책모임에서 들었던 이야기인데 잊혀 지지 않아 함께 나누고자 자세히 찾아봤습니다. 모임을 지도하는 목사님께서 우리 모임이 중세 신앙공동체를 닮기를 바라며 기도와 공부, 노동 이 세 가지가 병행되기를 바라셨습니다. 찾아보니 ‘성 베네딕토’와 관련된 말이었습니다.

 

‘서유럽 수도회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성 베네딕토’는 530년경 수도 공동체를 지도하기 위한 규칙서인 《성 베네딕토 규칙》 을 저술하였습니다. 저서에서 그는 금욕생활과 기도, 공부, 육체노동을 강조하였습니다. 6세기경에 되어졌던 말이지만, 지금 우리 삶의 원칙에도 굉장히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말들을 풀어보면 어떻게 됩니까?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지 않는 것, 하나님의 뜻에 조율되기 위해 기도의 생활을 하는 것,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부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몸을 사용하여 내면을 단련하기 위해 육체노동을 하는 것.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잊지 말고 우리 삶을 재조정해 가야 할 것들이었습니다.

 

열린 공동체, 닫힌 공동체

 

여러분들은 각자의 삶에서 몇 개의 공동체에 몸을 담고 계십니까? 얼마나 많은 공동체들과 연결되어 지내고 계십니까? 가장 기본적으로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있을 테고, 이곳에 모여 있는 분들에게는 청파교회라는 공동체가 있을 것입니다. 또 중고등부 학생들은 학교·학원 친구들이라는 공동체가 있고,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은 직장 동료들이라는 공동체가 있을 겁니다. 그 외에도 한국이라는 공동체, 아시아라는 공동체, 온 세계라는 공동체들에 몸을 담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생활과 운명을 같이 하는’ 이 공동체에도 아쉬움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공동체가 존재하는 것이 부정적으로 평가될 때가 있다는 말입니다. 언제겠습니까? 외부와 단절되어 있을 때 그러합니다. 공동체라는 단위는 굉장히 소중하지만 닫혀있는 공동체는 차라리 해체되었다가 새로 구성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익숙한 공동체 안에 새로운 누군가를 맞아들인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 소모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교회든 국가이든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이러한 받아들임이 귀찮아 우리 마음속에 스스로 ‘장벽’을 세우고 있지는 않습니까? 신영복 선생은 우리 의식과 마음속의 ‘장벽’을 일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장벽은 단지 장벽의 건너편을 바라보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를 한없이 왜소하게 만드는 굴레입니다. 우리는 우리들의 의식 속에 얼마나 많은 장벽을 쌓아놓고 있는가를 먼저 반성하여야 하며 이러한 반성에서부터 스스로를 열어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신영복, <더불어 숲>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워져버린 의식의 장벽, 마음의 장벽이 있지는 않습니까? 장벽을 무너뜨리는 수고를 즐겨하는 공동체야말로 진정 건강한 공동체입니다.

 

비틀거리며 걷는 사람들, 우리

 

설교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지난 7-8월은 몹시 기다려지면서도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설교준비를 하며 이 여름, 저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은 무엇이 있었는지 떠올려 봤습니다. 그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지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통해 넓혀진 관계와 깊어진 관계들이었습니다. 참 귀한 공동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공동체에 몸을 담고 있으면 늘 유쾌하고 행복한 일만 가득한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큰 의미에서 행복이라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예수님의 가장 가까운 공동체, 열두 제자들과 예수님의 삶은 어떠했는지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여러분,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예행연습을 하는 공간입니다. 훈련되어지는 공간입니다. 그러하기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너’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하나님 나라’ 공동체를 이루어가기 위해 매순간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십시오. 1부 예배에 참석하신 여러분, 그리고 중고등부 친구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흔들리는 크고 작은 공동체 속에서 ‘그래도 함께 살아가자’고 다짐하는 여러분들 되길 바랍니다. 기도하겠습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안녕하세요. 이작가야의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다양한 감수성과 인문학 관점을 통해 말씀을 묵상합니다. 신앙이라는 순례길에 좋은 벗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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