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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회상] 마음을 다스리는 것

 

지나온 시간들을 잠시 떠올려 본다. 

 

그 시간들 속에서 나는 항상 행복해하기만 하거나 항상 힘들어하기만 했을까? 어설픈 기억을 거슬러 뒤를 돌아다보면 기쁠 때와 슬플 때, 희망할 때와 절망할 때, 환호를 지를 때와 조용히 침묵할 때가 함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신학교에 들어와 공식적인 첫 사역을 했을 때가 생각난다. 원했던 중고등부 담당보다 공석이었던 유초등부를 맡게 되었지만 나름의 설렘을 갖고 그 일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아직도 그때의 사역을 어두운 추억이라 부르고 싶을 만큼 지독한 부목사님을 만나 지독한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참 끔찍했고 안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가 힘든 시간이었던 만큼 또 그만큼 소중한 사람들을 얻는 시간이기도 했다. (수표교)

 

첫 사역지에서 3년 반 정도를 보내고 난 후,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 흔하지 않은 자리에서 일(기관사역)을 하게 됐다. 몹시 낯설었던 그곳에서 거의 1년 가까이 내적 방황을 겪었다. '여기는 뭐하는 곳이며 나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친구의 소개로 들어갔던 그곳에서 그 어느 때보다 내적인 방황을 많이 했지만 지금에 와 돌이켜보면 그때 그 시간과 경험, 관계된 사람들과의 만남이 없었더라면 지금 나의 신학과 삶을 바라보는 태도는 갖지 못했을 것이다. 불안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인생에 있어 소중한 것들도 많이 얻었던 시간이었다. (KSCF)

 

기관의 사역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는 청파人들과의 만남이다. 기관에서의 수련목 과정은 청파분들을 만나게 하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그곳에서 만난 목회실 식구들, 청년들과 중고등부 학생들, 그리고 교사들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그 관계가 이어지는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하지만 그렇게 인연이 닿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참 많았다. 소속의 문제부터 수련목 시험에 이르기까지, 지금 생각해도 피하고 싶었을 만큼 그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주어진 시간이었다. (청파)

 

또 이러한 시간의 겹침 속에,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인 카페 일이 있었다. 갓 서른이 된 나이에 카페 일을 돕게 되었고, 그때의 경험이 커피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으며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깊은 사랑을 알게 해 주었다. 카페 일은 부담과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한 교회가 아닌 현장에서 서비스업이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었서 상당히 유익했다. 그곳에서 나는 목회자이기 이전에 하나의 평범한 일꾼이었다. 고민과 갈등이 없진 않았지만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실 그곳에서 겪은 가장 잊을 수 없는 일은 이별한 지금까지도 사랑하고 있는 어떤 사람을 만난 것이다. 하지만 카페에서 그렇게 좋은 기억의 일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사장님과의 의견 마찰, 새로 들어온 직원을 교육시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 등 여러 가지가 나를 괴롭혔다. 돈의 안정보다는 마음의 안정이 필요했기에 그곳에서 나오게 되었다. (마브)

 

당장 기억이 나는 시간들을 떠올려 보았는데, 어느 현장에서든 기분 좋았던 경험과 힘들었던 경험이 항상 공존했음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우리의 인생이 이런 것일 테다. 우리가 어느 곳에 몸을 담고 있던지 그곳에는 즐거운 일과 힘들고 어려운 일이 늘 어깨동무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어떤 가치에 더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그곳에 몸 담고 있는 시간이 결정될 것이다. 물론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알아서 해고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결국 우리의 마음이 중요하겠다. 아무리 기다리고 기대했던 곳에서 일을 해도 어려운 일은 반드시 나타날 것이고 우리는 이것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힘듬보다 즐거움의 비중이 높은 곳에서 일을 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즐거운 일 뒤에 힘들고 어려운 일이 올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고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그 일 너머에 즐거운 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 우리의 마음 다스림이 중요하겠다. 

 

#. 사진은 월간잡지 <페이퍼>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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