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 Note / 잠언 (2)] 지혜가 보낸 초대장

2024. 5. 8. 14:03Note

20240509 청파교회 새벽설교

 

지혜가 보낸 초대장

 

<잠언 9장 1-6절> 

 

1. 지혜가 일곱 기둥을 깎아 세워서 제 집을 짓고, 

2. 짐승을 잡고, 포도주를 잘 빚어서, 잔칫상을 차린 다음에, 

3. 시녀들을 보내어, 성읍 높은 곳에서 외치게 하였다. 

4. "어수룩한 사람은 누구나 이리로 발길을 돌려라." 지각이 모자라는 사람도 초청하라고 하였다. 

5. "와서 내가 차린 음식을 먹고, 내가 잘 빚은 포도주를 마셔라.

 

 

지혜가 보낸 초대장

 

오늘 함께 나눌 말씀은 잠언 9장입니다. 잠언 1-9장은 하나의 묶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묶음에는 지혜 스스로 자신을 추천하고 그리고 어리석은 사람들을 향해 충고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내일부터 살펴볼 10장부터 22장까지는 솔로몬이 한 잠언의 이야기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잠언 9장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1-6절, 7-12절 그리고 마지막으로 13-18절입니다. 한 단락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1-6절은 지혜가 보낸 초대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혜는 자신이 머물 집을 건축했습니다. 그리고 건축을 다 마친 후에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1절을 보면, 잠언의 저자는 “일곱 기둥을 깎아서 집을 지었다”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일곱 기둥’궁궐이나 성전처럼 매우 고귀한 집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이 대목을 통해서도 우리는 지혜가 가진 위상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집을 건축하고 나서, 지혜는 특별히 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초대하는데, 그 사람은 바로 ‘어수룩한 사람’입니다. 어수룩한 사람은 잠언 1장에서부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아는 것이 없는 무식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진지하게 섬기지 않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지혜는 이처럼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없는 사람들을 초대하여 자신이 차린 음식과 포도주를 마음껏 즐기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 어수룩한 길에서 떠나 생명을 얻고 명철을 얻으라고 요청합니다. 우리는 이 지혜 안에서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이 땅에서 풍성한 생명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엿볼 수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 의로운 사람

 

이어서 7-12절을 보면, 7-12절에는 모두 네 명의 사람이 등장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대목을 통해서 지혜로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먼저 잠언의 저자는 거만한 사람에 대해 말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거만한 사람을 훈계한다면, 그는 수치를 당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이 사악한 사람을 책망한다면, 그는 비난받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거만한 사람, 사악한 사람당연히 지혜가 없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들도 어수룩한 사람들에 속할 것입니다. 이들은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생각이 없는 자들입니다. 이들은 자기 고집에 사로잡힌 자들입니다. 

 

우리도 살면서 누군가가 나를 위해 하는 충고의 말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충고는 상대에 대한 고려 없이 아무렇게나 하는 말들이긴 하지만, 받아들이면 좋을 훈계의 말들도 수용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깨닫는 것이긴 하나, 누군가 애정을 갖고 해 준 소중한 말들을 우리는 잘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러나 잠언의 저자는 지혜로운 사람의로운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지혜로운 사람과 의로운 사람은 훈계를 들을수록 더 지혜로워지고 학식이 더해진다고 말합니다. 이들에게도 자존심 혹은 자존감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과 의로운 사람은 자신을 향한 누군가의 애정 어린 훈계를 자기 인격의 자양분으로 삼습니다. 훈계의 말을 듣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 슬기로운 사람 

 

그런데 이 7-12절에는 우리가 많이 들어온 성경 구절도 등장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0-12절입니다. “주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이를 아는 것이 슬기의 근본이다. 나 지혜로 말미암아 네가 오래 살 것이요, 네 수명도 길어질 것이다. 네가 지혜로우면 그 지혜가 네게 유익하지만, 네가 거만하면 그 거만이 너만 해롭게 할 것이다.”(10-12)  

 

삶이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그 길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삶의 근본으로 돌아보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믿음이 흔들리거나 관습적인 신앙생활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믿음의 근본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잠언의 저자는 바로 그 근본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그 근본은 주님을 경외하는 것이고 거룩한 이를 아는 것입니다. 주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이를 아는 것이 슬기의 근본인 것입니다. 주님을 공경하면서 두려워할 줄 아는 것 그리고 주님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바로 지혜로운 자요 슬기로운 자인 것입니다. 

 

금지된 것의 유혹

 

마지막으로 13-18절에는 두 사람이 등장합니다. 두 사람은 어리석은 여자어수룩한 사람입니다. 지각이 모자란 사람도 거론되나 이 사람은 어수룩한 사람과 같은 부류의 사람입니다. 어리석은 여자는 어수룩한 사람을 유혹합니다. 그녀는 자기 집 문 앞에 앉아 있다가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합니다. 첫 번째 단락에서 등장했던 지혜가 집을 짓고 사람을 초대하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여자가 초대한 초대는 생명과 명철을 나눠주려는 초대가 아니라 어둠으로의 초대입니다

 

여기서 어리석은 여자는 잠언의 초반에 등장하는 음란한 여자, 부정한 여자 혹은 음행 하는 여자와 유사한 대상입니다. 이러한 여성들은 젊은이들에 대한 일반적인 경고로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성들을 유혹했던 가나안의 우상 ‘아스다롯’에 대한 기억이 그 배경에 깔려 있을 수 있습니다. 

 

어리석은 여자가 하는 역할은 분명합니다. 그녀는 금지된 것을 하도록 유혹하여 사람을 넘어뜨립니다. 그녀는 “훔쳐서 마시는 물이 더 달고, 몰래 먹는 빵이 더 맛있다(17).”라고 말합니다. 우리 내면에는 금지된 것을 원하는 욕망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회가 정해준 그 틀 안에서 그 욕망을 감추고 억제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를 맞닥뜨리거나 어떤 용기를 통해서 그 선을 넘기도 합니다. 학창 시절에 야간자율학습을 빼먹는 행위나 수업시간에 다른 책을 읽는 그 행위 안에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물론 학창 시절의 이러한 에피소드는 가벼운 추억으로 이야기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오늘의 잠언은 금지된 것을 하게 하는 그 유혹을 조심하라고 경고합니다. 

 

지혜: 시간의 축적

 

잠언 9장은 오늘도 우리를 지혜의 자리로 초대했습니다. 잠언의 저자는 지혜의 초대에 응하라고 말합니다. 지혜는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을 초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어수룩한 사람을 초대하여 생명과 명철을 얻으라고 말했습니다. 유심히 귀 기울이고 유심히 살피면, 우리 가까이에서 지혜가 우리를 초대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잠언의 저자는 누군가가 해 주는 훈계와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라고 요청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을 열고 주위의 이야기를 자기 성장의 발판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잠언의 저자는 금지된 것유혹적이기에 늘 조심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단번에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러긴 쉽지 않습니다. 지혜를 습득하는 것은 시간의 축적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서두르지 말되 잠언의 저자가 건네주는 이야기에 잘 귀 기울이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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