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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기다릴게

<산티아고 에세이> Day 17. 길을 잃는 것도 길을 찾는 과정임을 Day 17. 길을 잃는 것도 길을 찾는 과정임을 프로미스타(Frómista) –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Carrión de los Condes) : 5시간 (20.9Km) 일행 중 가장 늦은 출발을 한다. 며칠 전부터 생긴 마음의 질병이 이 몸뚱이를 계속 바닥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마음의 독감이 우울이라면, 시기와 질투는 마음에 쌓인 피로일까 아니면 어떤 결핍일까? 적당한 비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묵직한 마음의 피로감이 오늘 출발에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어깨도 여전히 말썽이다. 무거운 배낭을 메며 나름 역할을 다하고 있는데, 주인이 돌봐주지 않자 많이 서운한 모양이다. 사지(四肢) 사이에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통증을 통해 알려준다. 끈이 문제인가 해서 배낭의 끈을 이리저리 조절해봐도 나아지질 않는다.. 더보기
<산티아고 에세이> Day 5. 보이지 않는 마음의 유대 Day 5. 보이지 않는 마음의 유대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 에스테야(Estella) : 5시간 (22.4Km) 어제 묵었던 마을을 빠져나오다보면 아름다운 다리 하나를 건너게 되는데, 이 다리의 이름은 마을의 지명과 같다. 마을의 이름이자 다리의 이름은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즉, ‘여왕의 다리’이다. 이 다리는 여섯 개의 아치로 이루어져있고 10-12세기 사이 유럽에서 유행한 로마네스크의 양식을 띠고 있다. 전해지기로는 11세기 나바라 왕국(Reina de Navarra)의 여왕이 순례자들을 위해 이 다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천년의 세월을 견디고도 여전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여왕의 다리.’ 이곳을 오가던 수많은 사람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 더보기
[쓰임 Note] 빛의 자녀로 살라 20170326 쓰임교회 주일설교 빛의 자녀로 살라 8. 여러분이 전에는 어둠이었으나, 지금은 주님 안에서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사십시오. 9. -빛의 열매는 모든 선과 의와 진실에 있습니다.- 10.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 무엇인지를 분별하십시오. 11. 여러분은 열매 없는 어둠의 일에 끼여들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폭로하십시오. 12. 그들이 몰래 하는 일들은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것들입니다. 13. 빛이 폭로하면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됩니다. 14. 드러나는 것은 다 빛입니다. 그러므로, "잠자는 사람아, 일어나라. 죽은 사람 가운데서 일어서라. 그리스도께서 너를 환히 비추어 주실 것이다"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비움으로 채우는 시간 빛으로 오신 주님의 사랑이 이곳에 모인 모든 분들과 함께 하시길.. 더보기
[에세이]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영화 에서는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게 행복이었다는 대사가 반복해서 나온다. 밤삼킨별 김효정씨는 어른이 되어가는 사람들을 일러 '슬픈 능력자들'이라 했다. 다음은 그녀가 했던 이야기들이다. 우리의 불행했던 기억은 겨우 찾아온 행복을 의심하게 한다. 이별을 통보받던 그날의 경험은 사랑을 고백받는 이 순간을 온전히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사랑은, 이별의 가능성 없이는 완전하지 않다는 것 또한 받아들여야 완벽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언젠가는 변할 것'이라는 변함없는 진실을 받아들이며, 있었던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전제가 된다. 이 능력자들은 아는 게 병이라 모르는 게 약이라 한다. 과거의 어떠한 경험들로 미래의 본질을 믿을 수 없다 하여 현재의 아름다움을 외면할 필요, 그 무엇이겠.. 더보기
20160110 주보 더보기
[에세이] 나만이 아는 길 잠에서 깹니다 지금 이 시간은 많은 사람들이 나른해질 시간일 겁니다 저는 그럴 즈음, 잠에서 깹니다 요즘 같이 추운 날에는 잠에서 깨도 이불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하는 노동이란 이불속에서 세상 소식을 살피는 정도입니다 그러다 이젠 정말 일어나야겠다, 싶으면 이불을 온몸에 싸매고 책상다리를 하고 20분 침묵을 합니다 해는 이미 중천에 뜬 그 시간 주섬주섬 점심을 챙겨 먹고 설거지와 집 바닥 청소를 하고 씻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하루의 일과를 시작합니다 이것이 아무 일정이 없는 날의 하루입니다 근데 이런 날이 대부분이라는 것이지요 기분이 괜찮은 날도 있습니다 어제 빡빡한 스케줄이 있었거나 어제 보람된 일이 있었거나 그날 저녁에 약속이 있으면 스스로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할 날.. 더보기
[에세이] 계절이 간다 별삼킨별 김효정씨가 그랬다 "나도 안다 이제는 슬슬 다른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기억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미련을 버려야 하는 것도 알고 부지런해져야 한다는 것도 안다 떠나야 한다는 것도 알고 떠나 보내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러지 않으면 한 번은 꼭 앓고 만다는 것을 안다" 밤삼킨별 김효정, , p.112 90년대 유행한 노래를 듣고 자란 나는 90년대 노래에 대한 향수가 있다 오늘 밥을 먹다 틀어논 텔레비젼에서 김정민의 가 흘러 나왔다 좋아했던 노래라 정말 오랜만에 귀를 기울이다 눈물이 흘렀다 ... 아, 이런 마지막 후렴구에 공감을 했던터라 앞부분의 가사를 흘려 ​​넘겼었다 극단적인 표현이 있는 줄 나중에 알았지만 그래도 마지막 가사와 간절함에 감정이입이 됐었나 보다 이제 조금씩 떠나 .. 더보기
[에세이] 일상 #. 삶은 일상의 점철이다. 작은 일상들이 차곡차곡 쌓여 하루를 만들고 인생을 만든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다. 오늘을 살고 내일은 살지 못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늘과 조금 더 나아간 며칠뿐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여야 했다. 그것이 신에 대한 응답인지 신과의 대화인지 잘은 모르겠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 믿음일터. #. 교회 문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심코 그 앞을 지나간다. 난 큰 돈을 들여 일하는 법을 잘 모른다. 그저 소심한 몇 가지의 시도들만 이루어질 뿐. 늦여름까지 교회 문을 열어두고 지냈는데, 가을이 오고 겨울이 다가올수록 찬 공기가 마구마구 올라오는 바람에 교회에 있는 날엔 문을 닫아 놓고 지낸다. 그럼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