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일상의 점철이다. 작은 일상들이 차곡차곡 쌓여 하루를 만들고 인생을 만든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다. 오늘을 살고 내일은 살지 못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늘과 조금 더 나아간 며칠뿐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여야 했다. 그것이 신에 대한 응답인지 신과의 대화인지 잘은 모르겠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 믿음일터.
#. 교회 문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심코 그 앞을 지나간다. 난 큰 돈을 들여 일하는 법을 잘 모른다. 그저 소심한 몇 가지의 시도들만 이루어질 뿐. 늦여름까지 교회 문을 열어두고 지냈는데, 가을이 오고 겨울이 다가올수록 찬 공기가 마구마구 올라오는 바람에 교회에 있는 날엔 문을 닫아 놓고 지낸다.
그럼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안에 산(?)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알 길이 없다. 더구나 여기가 교회인지 알 수 있는 건 문 앞에 내 놓은 작은 베너가 전부다. 그래서 운좋게 부산에서 한 번 가봤던 '카페 헤세이티'의 입간판과 최근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춘천에 있다는 인문학 카페 '36.5도'의 입간판을 모티브로 비슷한 시도를 하게 됐다.
2천원 짜리 미니 칠판을 교회문고리에 걸어놓고 정기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지극히 담임자의 마음을 훔친 주관적인 글귀들을 써 놓을 예정이다. 그래서 오늘은 첫 시도로 별삼킨별 김효정 님의 <미래에서 기다릴게>에서 마주한 글귀를 적어보았다.
모든 위로가 따뜻한 것은 아니다. 적절하지 못한 위로는 식어버린 커피와 같다.
별삼킨별, <미래에서 기다릴게>, p.24
그저 이 건물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과 이 글귀를 보는 이들의 마음에 작은 일렁임 정도가 생겨도 아주 성공적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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