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본다는 것은 '만남'입니다

 

<맹자> 곡속장에 '이양역지'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동물) 양과 소를 바꾼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맹자가 인자하기로 소문난 제나라 선왕을 찾아가 자기가 들은 소문을 확인한다는 내용입니다.

 

어느 날, 선왕이 길을 걷다 제물로 끌려가는 소가 벌벌 떨며 눈물을 흘린 것을 보고 신하에게 그 소를 놓아주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소를 제물로 드리는 '흔종'이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신하가 이를 폐지하냐고 묻자 선왕은 제물을 소대신 양으로 바꾸라고 했습니다.

 

정말 이렇게 지시한 게 맞는지 맹자는 선왕을 찾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선왕에게 이게 사실이냐고 묻자 그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고, 왜 그랬냐고 묻자 선왕은 죄 없이 사지로 끌려가는 소가 불쌍해서 바꾸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양은 불쌍하지 않은 것일까요?

 

맹자는 선왕 자신도 모르고 있는 이유를 이야기해 줍니다. 소를 양으로 바꾼 이유는 양은 보지 못하고 소는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맹자의 해석이었습니다. '본 것'과 '못 본 것'의 엄청난 차이에 관한 것입니다.

 

본다는 것은 만남입니다. 보고, 만나고, 서로 아는, 이를테면 '관계'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일으킵니다.

 

토요일에 있었던 집회에 경찰이 자비없이 사람들을 대했던 건 물대포를 쏘는 자신과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본인이 사는 동네 옆집에 살던 아줌마, 아저씨였다면 또 자신이 다닌 학교나 회사의 지인들이었다면, 같은 교회 청년이나 집사님, 권사님이었다면 그렇게 무자비하게 물대포를 쏘고 폭력적으로 강경진압을 했을까요?

 

물론 우리는 살면서 이 세상 사람들을 모두 알고 지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이 지구촌에 사는 모든 이들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고 여기며 산다면 서로를 덜 거칠게 대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만남'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관계'를 맺고 나면 우리는 서로에게 다른 존재가 됩니다. 사랑도 자꾸 만나야 일이 생기듯이 말입니다. 물론 모르고 지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여겨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만남'과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읽다가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살롱에서 나누는 말씀 한잔!

www.youtube.com

 

728x90
728x90

'@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0) 2015.11.22
[에세이] 커피  (0) 2015.11.18
알스트로메리아(Alstroemeria)  (0) 2015.11.15
[에세이] 빈자리  (0) 2015.11.13
[추억] 한국커피협회 바리스타 2급 필기시험  (2) 201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