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빈자리

2015. 11. 13. 02:12Essay

 

또 사랑 얘기인가? 그 사랑 얘기가 맞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 노래를 듣고 사랑이 담긴 시와 사랑에 대한 글을 읽는 건, 그 안에서 사랑하는 혹 사랑했던 '나'와 마주치기 때문이다. 난 적어도 수많은 설교가들보다 수많은 작사가와 시인을 더 존경한다. 그들은 짧은 문장과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제목으로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그들의 가슴과 언어를 배우고 싶다. 

 

엊그제 어머니께 전화를 받았다.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신다. 결혼식 다녀오던 길. 식당에서 내려오시다 빗길에 넘어지셨는데 짚던 손목이 부러지셨다고 하셨다. 가슴이 덜컹했지만 놀란 티를 감췄다. 나보다 더 놀라셨을 어머니 때문에. 수술하는 시간에 맞춰 올 수 없어서 다음 날 이른 시간 차표를 끊어 동해로 향했다. ​아버지도 일을 하셔야 했기 때문에 종일 어머니 곁에 계시지 못했다. 혼자 병실에 계실 어머니가 마음에 걸렸다. 다행히 어머니는 괜찮아 보이셨다. 수술도 훌륭히 잘 마쳤다고 한다. 자주 느끼는 건데 병원엔 늘 환자로 가득하다는 사실이다. 세상에는 아픈 사람이 정말 많구나! 

 

밤샘 근무를 하고 지친 몸을 달래시는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 옆에서 말동무가 되어 드린다. 6인실. 아는 사람도 없이 지루하진 않으셨냐니, 그래도 아주머니들만 모인 방이라 금세 서로 친해지고 이야기 꽃을 피우셨다고 하신다. 그러고 보면 남자는 참 불쌍하다. 여자에 비해 확실히 관계성에 뒤쳐진다. 여자는 '공감'에 뛰어나다면 남자는 뭐랄까? '공격'에 뛰어나려나? 사냥꾼쟁이들. 

 

병실에 잘 곳이 없어 어머니와 인사하고 집으로 퇴근했다. 나를 데리러 오신 아버지와 늦은 저녁을 먹고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집이라는 공간에 아버지와 둘만 있던 날이 여럿 있었는데 어머니 없는 이 공간이 그렇게 허전할 수 없다. 두 주 넘도록 집에 어머니가 오질 못한다고 생각하니 이 공간이 그렇게 비어 보일뿐만 아니라 당분간 혼자 계실 아버지한테 마음이 왜 이렇게 쓰이는지. 있을 땐 모른다. 사람은 모든 걸 당연하게 여길 땐 모른다.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그렇게 싸우고 미워하고 원망했던 서로가 원치 않음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던 두 부부. 아버지께선 내가 집에 오자마자 지나가는 말로 '한 사람이 가진 온기가 참 대단하다' 하신다. 어머니 없이 이틀 집에 잠깐 계셨는데도 그렇게 허전하셨나 보다, 사람이 그리웠나 보다. 두 분 모두 늙어가시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하다. 

 

나도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빈자리를 느껴보고 나니 너무 실감이 난다. 함께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사람은 늘 이렇게 어리석다. 사람은 지나고 나야 후회하고 깨닫게 되는 존재인가?

 

'빈자리'는 정말 중요하다. 마음의 빈 공간이 있어야 낯선 이를 맞이할 수 있고 지갑의 부족함을 알아야 채움과 풍요를 알 수 있고 생각의 빈 틈이 있어야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고 의심과 불안이 있어야 정체되거나 고집스러운 신앙을 갖지 않게 됨을 왜 우리는 이렇게 알기 어려운 것일까? '빈 공간'은 '회상'의 공간이다. 그리고 '빈 공간'은 '채움'의 공간이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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